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복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창세기 29장 31부터 30장 24절까지의 말씀은 야곱의 12명의 자녀들(디나를 포함)의 출생 이야기입니다. 비록 베냐민의 출생은 뒤에 언급되지만, 본문은 이스라엘 12지파의 기원을 알려줍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많은 자녀를 주셨습니다. 많은 후손을 주시겠다는 복과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정은 전혀 복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의 가정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죄와 연약함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가정에 풍파가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동시에 야곱의 가정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가정이었습니다. 출산의 과정을 보면 시기와 경쟁심에 사로잡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자녀를 낳아 이름을 지을 때에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의 가정도 이와같지 않습니까? 우리도 주님의 은혜로 구원받고 주님께서 주신 가정 안에서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주님의 뜻대로 이 하루를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주님의 뜻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지요. 우리의 죄와 연약함이 많고, 그로 인해 우리의 가정 안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이 있고, 상처와 아픔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죄와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약속하신 복과 은혜를 주십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죄를 깨달아 회개하게 하시고, 우리를 주님의 형상으로 변화시켜 가십니다. 자격 없는 죄인들에게 은혜를 주시고, 그 은혜에 합당한 모습으로 이끄십니다.
야곱의 가정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은 전혀 가장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라헬을 편애함으로 가정에 불화가 심화되었습니다. 라헬이 자녀를 낳게 해달라고 불평할 때,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인데,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라고 말하였는데요 이것은 옳은 말이었지만 믿음의 말은 아니었습니다. 창세기 25장 21절에 보면 이삭은 아내가 잉태하지 못하였을 때 여호와께 간구하였고, 여호와께서 그 간구를 들으셔서 그 아내 리브가가 잉태하였다고 말씀합니다. 야곱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레아는 열등감과 시기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동생에 비해 그녀의 외모는 사람들의 눈에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많은 비교와 차별을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인 후에도 그 고통이 이어졌습니다. 레아의 자녀들의 이름에서 우리는 레아가 얼마나 야곱의 사랑을 원하였는지 보게 됩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불행하였고, 그 원인이 라헬에게 있다고 생각하여 동생을 미워하였습니다.
레아와 달리 라헬은 야곱의 사랑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언니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지요. 그녀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하고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했는지는, ‘나에게 자식을 낳게 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야곱에게 협박하는 모습에서 단적으로 잘 나타납니다. 자녀의 이름에서도 이런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야곱의 가정은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화목한 가정도 아니었습니다. 레아는 야곱을 사랑했지만,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고, 라헬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요. 이렇게 왜곡된 사랑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런 야곱의 가정을 복을 주셔서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되는 아들들이 태어납니다. 야곱의 편애와 레아와 라헬의 질투와 경쟁이라는 결코 선하지 않은 동기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언약하신 복을 주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레아와 라헬의 고통에 귀기울이셨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슬픔과 남편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빠진 레아를 하나님이 보셨습니다. 31절은 하나님이 레아의 태를 여신 이유가 하나님이 레아를 보셨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또 자녀가 없는 고통과 부끄러움과 패배감으로 살아가던 라헬을 하나님이 생각하셨습니다(22절). 이 때 생각하셨다는 말은 기억하셨다, 권고하셨다는 말인데, 하나님이 노아를 생각하셔서 바람으로 땅을 말리셨고, 아브라함을 생각하셔서 롯을 구원하셨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의 언약을 생각하셔서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 소리를 들으셨다고 할 때 사용했던 그 말입니다.
우리의 죄와 믿음 없음, 슬픔과 아픔, 상실감과 패배감에 빠져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십니다. 형편없는 가정인 야곱의 가정을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세우신 것처럼, 보잘 것 없고 연약한 우리를 주님의 교회로 부르시고 세워주셨습니다. 야곱과 같은, 레아와 같은, 라헬과 같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여주시고 용납해주시고 은혜와 복을 풍성히 베푸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우리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고 의지해야 하겠습니다.
25절부터 43절까지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물질의 복을 주시는 이야기입니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14년을 일했지만, 두 아내 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복을 주셔서 라반만 부자가 되었습니다. 야곱이 떠나려 하자 라반은 야곱에게 이제 품삯을 줄테니 여기 있으라며 붙잡습니다. 라반은 여러 번 품삯을 속이고 주지 않으려 하지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복을 주셔서 마침내 “심히 풍부하여 양 떼와 노비와 약대와 나귀가 많게” 되었습니다(43절).
앞 부분이 우리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뒷 부분은 우리의 일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지요. 속이고 빼앗으려 합니다. 열심히 수고하며 일했는데, 수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나를 속이고 이용하는 사람만 승승장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일과 수고가 헛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때에도 우리에게 복을 주시기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악하고 불의한 세상과 일터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세상과 우리의 일터도 복을 받게 하시고, 우리에게도 복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복의 근원으로 부르셔서 우리를 통해 세상에 복 주시길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나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가 나를 복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직장과 상사가 나에게 복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최고의 복은 바로 하나님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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