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세 번째 제사 : 화목제
번제와 소제에 이어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가르쳐주신 제사는 ‘화목제’입니다. 화목제라는 말의 히브리어(쉘라밈)는 ‘샬롬’과 연관된 단어입니다. 샬롬은 쌍방 간의 평화와 친교, 즉 관계가 좋은 상태를 말하는데요. 화목제란 하나님이 주신 구원의 은혜와 기쁨 속에서 누리는 하나님과의 화목한 관계에 감사를 표현하는 제사입니다. 화목제에 대한 내용은 7장에서도 나오는데요. 3장에서는 주로 화목제의 제물에 관하여 설명하고, 7장에서는 화목제의 종류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오늘은 본문을 따라 화목제의 제물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화목제는 번제와 비교할 때 그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차이점부터 살펴보면, (1) 번제의 제물은 수컷만 드려야 했지만, 화목제는 수컷과 암컷 모두 제물로 허용되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제의적 관점에서 수컷이 더 우월한 제물로 여겨졌다고 주장하면서, 번제가 화목제보다 더 중요한 제사로 여겨졌다고말하기도 합니다.
(2) 번제는 제물의 가죽을 제외한 전부를 태워서 하나님께 올려드렸지만, 화목제는 특별히 선택된 부위를 태워서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때 하나님께 드리는 부위는 주로 내장과 지방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양은 특별히 꼬리 부분에 지방이 많아서 9절을 보면 양은 특별히 ‘기름진 꼬리’를 함께 바쳐야 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특별히 지방 부위를 바치도록 하셨을까요? 구약성경에서 지방, 기름은 ‘가장 좋은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애굽 땅이나 가나안 땅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고 하실 때, ‘기름진 것’을 먹게 하시겠다고 하시는데, 그 때 사용된 표현과 같은 표현이 본문에서 기름과 같은 단어입니다.
(3) 번제와 달리 화목제에서는 ‘새’를 제물로 사용하라는 말씀이 없습니다. 아마도 새는 화목제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목제는 내장과 지방 부위를 제단 위에 태워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가슴과 뒷다리’는 제사장의 몫이었고(7:34), 나머지는 모두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7:11 이하의 말씀을 보면 화목제의 제물은 제사의 성격에 따라 당일이나 이틀 안에 모두 먹어야 했고, 남은 것은 불태워야 했습니다. 소 한 마리, 혹은 양 한 마리를 잡아서 당일에 다 먹어야 했기 때문에 보통 화목제를 드릴 때는 가족과 이웃, 특별히 가난한 이웃들을 토대해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화목제는 하나님의 앞에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잔치였던 것이지요. 새는 이러한 잔치 음식으로는 너무 적고, 부족하였기에 제물로 지정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또한 화목제는 강제성이 없는, 자원하여 드리는 제사였기 때문에 제사자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번제와 화목제에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1) 이건 모든 제물에 다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수컷이든지 암컷이든지 제물은 흠이 없는 것으로 드려야 했습니다. 하나님께 가장 귀한 것을 드려야 한다는 것은 모든 제사에서 강조되는 것입니다.
(2) 화목제 역시 제물을 잡기 전에 안수를 하였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화목제에는 기본적으로 속죄의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화목제는 하나님과 화목하기 위해 드리는 제사라기 보다는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사람이 드리는 감사의 제사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승의 머리에 안수를 하고 피를 제단에 뿌리는 의식을 볼 때, 하나님과 화목하기 위해서는 나를 대신하여 죄를 속해줄 희생제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번제와 같이 화목제 역시 ‘화제’로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제물을 태워 올려드릴 때 하나님께서 향기로운 냄새로 받으십니다.
5절을 보면 화목제물은 번제물 위에 사를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번제가 드려진 후에 화목제가 드려졌음을 알 수 있지요. 이렇게 화목제는 번제와 한 세트로 드려졌습니다. 번제를 통해 죄사함을 받은 후에 화목제를 통해 하나님과 화평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구약의 제사는 모두 그리스도의 완전한 제사를 보여주는 예표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성도들에게 주는 교훈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화목제의 경우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희생을 통해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들이 화목하게 되었음을 가르쳐주고, 그렇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성도는 그 화평과 기쁨을 온 교회와 함께, 특별히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나눔으로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이런 점에서 화목제가 성찬과 관련하여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친히 정하여주신 성찬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억할 뿐 아니라, 생명의 떡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의와 생명, 화평을 그리스도와 연합된 지체들이 함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그 은혜와 하나됨을 누리는 것입니다. 모든 성도가 한 떡과 한 포도주를 함께 먹고 마심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된 한 지체로서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고 구원의 기쁨을 즐거워합니다. 이렇게 성찬에는 화목제와 같이 희생을 기억함과 그로 인한 기쁨의 잔치를 누리는 것이 함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희생하셔서, 죄로 인해 막힌 담을 허무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우리를 화평케 하셨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두를 화평케 하시고 하나되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은 단순히 하나님과의 관계만을 화목하게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미워하고 다투던 우리도 화목하게 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그리스도와 연합된 사람은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성도와 연합된 것입니다. 둘은 구분되지만 나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우리는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하나됨을 힘써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체를 사랑하고,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지체를 섬기고, 주님께 드리는 것처럼 지체와 나눌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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