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지도자들의 불순종과 죽음
민수기 20장은 미리암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아론의 죽음으로 마칩니다.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은 불순종으로 인해 광야에서 죽게 되는 출애굽 1세대의 죽음을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미리암의 죽음 이후 이스라엘은 또다시 물이 부족한 상황에 봉착합니다. 이번에도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향해 원망합니다. 광야에서 식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물이 없어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백성들의 문제는 단순히 물이 부족하다는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3-5절), 문제의 본질은 이 백성들이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았다는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모세와 아론은 회막 앞으로 나아가 엎드렸고, 하나님께서 영광 중에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지팡이를 가지고 가서 백성들 앞에서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습니다. 그 물로 백성들과 짐승들로 마시게 하라고 하셨지요.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지팡이를 취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을 반석 앞에 모읍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라고 하지요. 그리고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습니다. 그러자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왔고, 백성들과 짐승들은 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순조롭게 잘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너희는 이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여기서 ‘너희가 나를 믿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14장에서 10명의 정탐꾼들의 말을 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말과 같습니다. 그 결과도 같았지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강조됩니다.
모세와 아론이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지나치고 가혹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인내하며 충성스럽게 잘 섬겨왔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불신과 원망을 쏟아내는 무리들을 이끌다 보면 누구라도 모세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세와 아론의 불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앞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의 특별한 지위와 권위를 매우 강조하셨는데요. 그들에게 맡겨진 직무와 권위가 크고 특별했던 만큼 책임도 무거웠습니다. 모세와 아론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로서 하나님을 신뢰하며 거룩하심을 나타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결국 모세와 아론은 자신들이 인도해낸 백성들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가데스에서 가나안 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에돔 땅을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매우 정중하게 에돔 왕에게 그 땅을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에돔 왕은 단호하게 거절하였고, 결국 이스라엘은 먼 길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나중에 신명기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하나님께서 에돔과의 전쟁을 금지하셨다는 것입니다(신 2:4-6). 하나님께서 그 땅을 에서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에돔 왕의 반대에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우회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어떤 식으로 광야를 방황하였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가지 못하고 돌고 돌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순종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장에는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이 쉽고, 불순종하는 것이 편해 보입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디게 보이더라도 인내하며 순종하는 길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입니다.
본문의 마지막 단락(22-29절)은 아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호르 산에서 아론은 생을 마감하고, 그의 아들 엘르아살이 후계자가 되어 대제사장의 의복을 입게 됩니다. 민수기 33장 38절에 의하면 아론이 죽은 때는 애굽 땅에서 나온 지 40년 5월 1일로, 광야 방황의 마지막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20장은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했던 이야기를 지도자들의 불순종과 죽음으로 요약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광야와 같은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믿음’이라는 사실을 교훈받게 됩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고, 모든 수고도 헛된 것이 됩니다. 우리의 삺이 실패하고 무너진다면 그 이유는 결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도 망하지도 않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것을 소유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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