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그리고 우리의 책임
신명기 1장에서는 이스라엘의 과거의 실패를 들어 백성들에게 경고하였다면, 2-3장은 과거의 성공을 상기시키며 이스라엘을 독려합니다. 1절은 이스라엘이 실패의 자리에서 돌아서서 하나님이 명하신 자리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다섯 민족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에돔(2:1-8), 모압(2:9-18), 암몬(2:19-23), 시혼(2:24-37), 옥(3:1-11)입니다. 에돔, 모압, 암몬의 경우는 전쟁을 하지 않고 지나갔는데요. 그들이 이스라엘을 호의적으로 대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하나님께서 그 땅을 그 민족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5, 9, 19절).
이때 사용된 표현이 흥미로운데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을 선물로 주셨다고 말씀하실 때와 같은 용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문에는 괄호 처리가 된 특별한 각주가 첨부되어 있는데요(10-12, 20-23절). 이 사실이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는데요. 첫째, 하나님께서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역사를 주관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만 땅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에돔, 모압, 암몬 족속에게도 땅을 주십니다. 모든 역사 속에서 민족이 땅을 잃고 얻는 과정, 나라가 나라를 정복하고 땅을 차지하는 과정 모두가 하나님의 주권 하에 이루어집니다. 둘째, 신명기의 중요한 주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시는 것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의 성취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방법은 이방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땅을 얻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특별함은 하나님께 땅을 받았다는 것에 있지 않고,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에 있습니다.
한편 하나님께서 에돔과 싸우지 말고, 그 땅을 지날 때 필요한 양식과 물도 사서 먹으라고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이미 이스라엘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스라엘은 불순종에 대한 징계로 광야를 떠돌고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중에도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셔서 부족함이 없게 하셨습니다(7절). 선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풍성한지요.
시혼과 옥의 경우는 앞의 민족들과 달랐습니다. 이스라엘은 시혼과 싸우고 그 땅을 정복합니다. 이 전쟁은 가나안 정복 전쟁을 위한 일종의 스파링과 같았는데요. 3장 21절에서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두 왕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네가 목도하였거니와 네가 가는 모든 나라에도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행하시리니”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신뢰하며 담대히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에돔, 모압, 암몬과 달리 시혼과 옥은 싸워서 정복하게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여기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이 균형 있게 나타남을 봅니다. 먼저 시혼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전쟁은 그들이 평화롭게 지나갈 것을 제안하는 이스라엘의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시혼을 이스라엘에게 넘기셨다고 하시며, 그래서 “그 성품을 완강케 하셨고 그 마음을 강퍅케 하셨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을 향한 말씀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시혼을 ‘붙이셨고’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시혼을 ‘쳐서’ 그 땅을 얻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주셨지만, 이스라엘은 또한 싸워서 정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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