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신명기 12-26장은 소위 ‘신명기 법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합니다. 출애굽기와 레위기 등에서 다루었던 율법의 내용을 새로운 상황(출애굽 2세대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따라 설교의 방식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모세의 의도는 새로운 율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의 상황에 맞추어 다시 교훈하고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을 언약 갱신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신명기 12장은 이스라엘이 여호와 하나님만을 예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십계명의 첫째 계명과 둘째 계명을 반영합니다. 1-4절과 29-32절은 이러한 주제를 되풀이하며 본문을 이러한 틀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1-4절의 내용은 사실상 이전에 주어진 율법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출 23:24; 34:13, 신 7:5 참고). 다만 “그 이름을 그곳에서 멸하라”(3절)는 명령이 추가되었는데요. 본문에서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나아가서 제사를 드리라는 말씀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 ‘이름’에 대한 언급이 중요해 보입니다. 가나안의 우상들의 이름을 없애고 그 대신 여호와의 이름을 세운다는 것은 가나안의 신들을 예배하지 않고 하나님만 예배한다는 의미이고, 더 나아가 가나안의 가치관,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율법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여호와의 이름이 다른 신들의 이름을 대신하게 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빌 2:9-11, 엡 1:20-21)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직 여호와께 해당하는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예수님께 주셨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세상의 모든 우상들의 이름을 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을 부르며 예배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며 살아야 합니다.
12장의 중심부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5-12절은 하나님이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드리는 이스라엘의 예배를 다루고, 13-28절은 제사와 상관없는 도축에 관하여 다룹니다. 먼저 5-12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오직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만 예배해야 했습니다. 이방신을 섬기는 곳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장소에서도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택하신 곳에서만 예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강조점은 하나님이 택하신 ‘한 장소’에 있지 않고, ‘하나님이 택하셨다’는 것에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하나님이 정해주신 방법대로 예배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율법이 요구하는 제물과 헌물을 가나안의 신들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 가져가 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생각하며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합니다. 성경은 예배가 즐거운 것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예배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가장 좋은 은혜와 복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해야 했고, 우리의 가족과 이웃들, 특별히 레위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약자들과 나누며 함께 즐거워해야 합니다.
13-28절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흩어져 정착하게 되었을 때를 내다보며,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제사하지 않고 자유롭게 잡아서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는 레위기 17장의 규례와 다른데요. 레위기는 가축을 잡을 때는 성막으로 가져와서 잡고 하나님께 화목제로 드린 후에 가축을 먹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우상을 숭배하는 곳에 가서 제물을 바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나안 땅에서는 자유롭게 먹고 싶은 고기를 잡아 먹을 수 있었습니다.
29-32절은 여는 구절의 주제로 돌아가 하나님께서 가증하게 여기시는 우상숭배에 미혹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신명기 12장은 예배에 관하여 시대를 초월하는 몇 가지 원리를 가르쳐 줍니다. 첫째, 우리는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 외에 다른 모든 이름을 버려야 합니다. 곧 예배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만을 부르며 하나님께만 예배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즐거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즐거움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셋째, 하나님 앞에서 먹고 즐거워할 때 레위인을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12, 19절). 레위인은 이스라엘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대표합니다. 곧 고아와 과부, 나그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먹고 나누며, 함께 하나님을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택하신 곳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예표입니다. 오직 성전에서 하나님만을 예배해야 한다는 이 말씀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신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지체들과 함께 기쁨으로 예배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교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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