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28) 기도에 관한 교훈(8)
마태복음 6:9-13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네 번째 간구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길 기도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 염려는 생존에 관한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이지요. ‘양식’(밥)을 구하라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하라는 것입니다. 먹을 음식 뿐만 아니라 집과 옷, 심지어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주신 우리의 일과 직업도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공급하신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건강과 힘을 구하는 것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구하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선하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도는 선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존을 책임져 주신다는 약속을 신뢰하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하라고 하시면서, 하루에 필요한 만큼을 구하라고 하십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내려 주신 사건을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출애굽기 16:4에서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양식을 내려주실 것인데, 그러면 백성들은 날마다 나가서 일용할 양식만 거두라고 하셨습니다. 백성들이 이틀치, 사흘치 양식을 거두어 쟁여 두었을 때는 양식이 썩어 버렸지요. 백성들은 왜 하루치 이상의 양식을 거두었을까요?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입니다. 내일 양식이 내 눈 앞에 있어야 오늘 저녁 맘편히 잠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왜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거두라고 하셨을까요? 미래에 대한 염려를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을 신뢰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매일 신실하게 우리의 필요를 공급하시고 채워주실 것이니 하나님을 신뢰하고, 미래에 대하여 염려하고 불안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양식이나 돈이 충분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 때문에 하나님을 덜 의지하고, 덜 신뢰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기도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도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미래에 대한 염려를 물질의 넉넉함으로 해결하려 할 때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믿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없어도,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의 불행은 양식의 부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칼빈 목사님은 ‘오늘날 풍요로워서 일용할 양식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지 않고 생명을 주시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무익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이 말씀을 주셨다고 대답했습니다.
하루 만큼의 필요를 구하라는 기도는 우리에게 절제를 요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루를 살아가는데 충분한 만큼을 주셨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이 많은지요.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풍성하게 베푸셔서, 필요 이상의 것들을 주셨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나에게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필요가 채워졌더라도 아직 필요가 채워지지 않은 이웃이 있다면 우리는 그 이웃의 필요를 채워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게 일용할 양식 이상으로 풍성하게 주신 이유는 일용할 양식이 부족한 이웃에게 이 필요를 나누도록 주신 것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박영돈 목사님은 이 간구는 “우리의 이기주의를 죽이는 기도”라고 했습니다. 또 “주기도는 우리가 하나님 나라와 의는 최대한으로 구하고 이 세상의 것은 최소한으로 구하게 하는 기도”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매일의 필요를 신실하게 공급하시고 채우시는 선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십시오. 그때 우리는 나의 생존에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것 외에 나머지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흘려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이 간구의 지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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