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30) 기도에 관한 교훈(10)
마태복음 6:9-13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는 간구 후에 주님께서는 우리의 죄 용서를 위해 간구하라고 하십니다. 곧 회개하라는 것이지요. 사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는 기도 역시 회개 기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계에 관하여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앙을 회개하고 어린 아이와 같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라는 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매일 필요한 양식을 구하며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고자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육체의 생존을 위한 필요보다 더 중요한 필요를 인식하게 됩니다. 독생자 예수님까지도 아낌 없이 내어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양자로 입양해 주신 선하신 아버지 하나님께 우리는 매일 밥을 먹듯이(사실 그보다 더 많이)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조건 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을 기억할 때 우리는 또한 우리의 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회심한 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회개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매일의 양식을 통해 우리에게 생명과 힘을 주시는데, 우리가 그 생명과 힘으로 죄만 지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비참한 삶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의 양식을 구할 뿐만 아니라 매일의 삶이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삶이 되도록, 매일 하나님께 나아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본문에서 ‘죄’라고 번역된 단어의 본래 의미는 ‘빚’입니다. 죄는 ‘빚’과 같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것은 빚을 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누군가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을 때, 우리는 동일하게 모욕적인 말로 갚아줘야 할 것처럼 느낍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처럼 생각되어 화가 나지요. 그런데 물질의 빚과 달리 관계의 빚은 똑같이 갚아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가 손상되고 깨지기 때문이지요. 빚을 갚지 않고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범은 빚을 탕감해주는 것입니다. 바로 용서이지요. 용서는 죄의 빚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죄로 인해 깨어진 관계도 회복시켜 줍니다.
죄가 빚과 같다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 어마어마하게 큰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모든 죄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람에게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그 사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도 죄송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야 하며, 하나님의 법을 어긴 죄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8장에서 일만 달란트를 탕감받은 종에 대한 비유를 통해 하나님의 용서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즉 우리는 하나님께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진 사람인데,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서 그 모든 빚을 탕감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대적하였는데, 하나님께서는 큰 사랑과 긍휼로 우리를 용서해 주시고 용납해 주셨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보면,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해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시길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우리의 용서가 하나님께 용서받는 조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조건 없이 은혜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해준 것 같이”라는 말은 용서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용서를 누리기 위한 조건입니다. 위의 비유에서 일만 달란트를 탕감받은 종은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로부터 빚을 받아내기 위해 아주 가혹하게 대합니다. 마치 자신은 한 번도 용서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빚을 받아내려는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왕은 종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관을 불쌍히 여김이 마땅치 아니하냐”라고요.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용서가 얼마나 큰 은혜이고 사랑인지 안다면, 우리는 마땅히 다른 사람들의 죄와 잘못을 용서하고 관대하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으로 우리가 정말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용서하기 위해 기도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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