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을 잘 읽고 깨달을 수 있도록 성령님의 은혜를 구하며 기도하고, 말씀과 해설을 읽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원수를 찾다
다윗이 사울의 집에 남은 자가 있는지 묻습니다(1절). 사울의 집과 다윗의 집은 서로를 원수라 생각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다윗은 사울에게 당한 것이 너무 많았고, 사울의 후손들은 다윗에게 나라를 빼앗겼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다윗은 제거할 원수를 찾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은총을 베풀기 위해서 원수와 같은 사울 가문의 후손을 찾았습니다. 다윗은 사랑하기 위해, 은혜를 베풀기 위해 원수를 찾고 있습니다. 다윗은 사울의 종이었던 시바를 불러 사울 집에 남은 자가 있는지 묻습니다. 시바는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있는데 절뚝발이라고 말합니다.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의 장애를 언급하는 의도는 분명하지요.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시바가 말한 요나단의 아들의 이름은 므비보셋입니다. 사울과 요나단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죽게 되었을 때, 5살이었던 므비보셋은 유모의 품에 안겨 도망가다가 떨어졌고, 그 이후로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므비보셋은 로드발 지역에 있는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딱하고 비참한 신세였습니다.
다윗이 그런 므비보셋을 부릅니다. 므비보셋은 두려운 마음으로 다윗에게 나와 엎드립니다. 다윗이 ‘므비보셋이여’라고 이름을 부르며, ‘무서워 말라’라고 말합니다. 므비보셋이란 이름은 ‘부끄러움, 수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므비보셋에게 자신의 이름은 몰락한 가문과 건강도 재산도 잃어 평생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의 불행한 인생을 떠올리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수치라는 뜻의 이름을 부르면서, 무서워 말라며, 내가 네게 은총을 베풀겠다고, 네 조부의 재산을 다 너에게 돌려 주겠고, 너는 왕자들과 같이 왕의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므비모셋의 인생이 역전이 된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므비보셋이지만 그는 더이상 수치스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몰락한 가문의 후손으로 평생을 두려움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므비보셋은 더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고, 숨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윗이 므비보셋에게 은총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므비보셋에게 베푼 호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므비보셋에게는 은총을 받을 만한 자격도 조건도 없었습니다. 다윗의 입장에서 그는 제거되어야 할 정적이었고,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줄 수 있는 도움과 유익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이 므비보셋에게 은총을 베푼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은총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문에 은총이란 단어가 세 번 나오는데요(1,3,7절). 히브리어로 ‘헤세드’라는 단어입니다. 아주 풍성한 의미가 담긴 단어이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언약에 충실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언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그 언약대로 베푸는 사랑과 은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은총에 선행하는 언약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7절에서 다윗은 은총을 베푸는 까닭이 ‘요나단으로 인하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3절에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다윗은 요나단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였고(18:3-4, 20:42, 23:17-18), 언약한 대로 요나단의 후손인 므비보셋에게 은총을 베풉니다. 다윗이 요나단과의 언약을 기억하여 베푼 이 은총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도 표현되었는데요. 이 표현은 다윗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삼하 7장)에서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은총을 베풀고 이 은총은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과 은총을 경험한 다윗은 언약에 충실한 은총을 베푸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헤세드를 받은 사람이 하나님께 받은 헤세드로 인해 이웃에게도 헤세드를 베풀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고 은총을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도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며 우리의 이웃들에게 은총을 베풀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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