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조 교회의 질서와 권징
또한 우리는 교회를 다스리는 자들이 몸 된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특정한 질서(규례)를 제정하고 세우는 것이 유익하고 좋은 것이지만, (그것은) 항상 우리의 유일한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제정하신 것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을 섬김에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양심을 속박하고 강제하는,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모든 인간적인 고안들과 규범들을 배격합니다. 우리는 오직 화합과 일치를 유지하고 증진시키며 모든 것이 하나님께 복종하여 나가도록 하는 데에 적절한 것만을 받아들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권징과 출교(黜敎)가 요구됩니다.
벨직 신앙고백 제32조는 교회의 질서와 권징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여 가르칩니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잘 다스리고 유지하기 위해서 교회에는 일정한 질서(규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의 모든 질서는 전적으로 성경에 근거해야 하며 그 외에 인간의 고안과 규범으로 사람들의 양심을 속박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교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권징과 출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집인 교회에는 질서가 필요하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교회를 잘 다스리고 유지하기 위해서 언제나 성경적인 법과 질서를 필요로 합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속히 네게 가기를 바라나 이것[디모데전서]을 네게 쓰는 것은 만일 내가 지체하면 너로 하나님의 집에서 어떻게 행하여야 할 것을 알게 하려 함이니 이 집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이니라”(딤전 3:14-15). 우리는 하나님의 집인 교회에서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 “교회 질서(Church Order)” 또는 “교회법(Church Law)”입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신앙고백, 요리문답과 같은 ‘교리 표준’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교회 정치, 예배 모범, 권징 조례와 같은 관리 표준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것을 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는 것을 바르게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교회의 질서가 잘 세워지지 않고 유지되지 않으면 그 교회는 무질서하게 될 것이고, 교회가 무질서에 빠지게 되면 교회는 바른 신앙고백과 교리 표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리와 함께 교회 질서를 소중히 여기고 잘 지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교회의 질서는 신조나 신앙고백이나 요리문답들처럼 교회의 긴 역사를 통해서 다듬어지고 확립되어 온 것입니다. 성령님께서는 무엇이 바른 교리인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과연 성경적인 교회의 질서가 되는지를 진리로 가르치시고 섭리로 인도하셨습니다.
교회의 질서는 철저히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
교회에는 언제나 바른 질서, 곧 성경적인 질서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법과 질서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은 언제나 성경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항상 성경에 기초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맞지 않는 법을 거부할 양심의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황이나 교회 회의에 의해서 제정된 교리와 규칙들이라고 하더라도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질서는 교회 안의 전 영역에서 행해지는 일들을 다루는 것으로, 교회 질서에 포함되는 내용으로는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직분과 직분자에 대한 질서가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의 질서들 중에서도 가장 우선되고 중요한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회의나 예배나 권징에 관한 질서들은 결국 직분자들에 의해서 수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무엇보다 직분과 직분자에 대한 바른 원칙과 질서를 확립해야 하고, 성경적인 기준에 따라 합당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직분자로 세울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둘째, 교회의 회의에 관한 질서가 있습니다. 회의 질서는, 교회가 가지는 다양한 회의의 종류들(공동의회, 제직회, 당회, 노회, 대회, 총회 등)과 그 각각의 회의들의 책임과 권한과 상호관계를 다룹니다. 장로교 헌법에서 교회의 직분과 회의에 관한 질서는 통상적으로 “교회 정치”(church government)로 분류됩니다.
셋째, 예배에 관한 질서가 있습니다. 벨직 신앙고백 제32조는 예배의 질서가 혼잡하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심을 속박하고 강제하는, 모든 인간적인 고안들과 규범들을 배격한다고 말합니다. 예배와 성례, 기타 예식에 관한 질서는 장로교 헌법에서 “예배 지침” 또는 “예배 모범”(directory for worship)으로 분류됩니다. 넷째, 교회의 권징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질서가 필요합니다. 장로교 헌법에서 권징에 관한 질서는 “권징 조례”(church discipline)라는 제목으로 다뤄집니다. 권징의 정의, 목적, 절차, 정도(수찬 정지, 출교 등), 재판, 시벌과 해벌, 직분자의 권징(정직, 면직 등), 다른 교회로의 이명 등에 관한 지침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교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 권징과 출교가 필요하다
벨직 신앙고백 제32조는 교회가 같은 믿음으로 화합과 일치를 유지하고 증진시켜 모든 것이 하나님께 복종하여 나가도록 적절한 것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권징과 출교가 요구된다고 가르칩니다. 교회 안에 어떤 오류나 악행이 발생하여 온 덩이에 누룩처럼 퍼지게 될 때에 그것을 방치하면 그 공동체 전체가 타격을 입고 부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교회의 순결을 지키도록,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도록 교회 안에서 권징이 시행되게 하셨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85문답은 교회의 권징에 관하여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을 가진 자가 교리나 생활에서 그리스도인답지 않을 경우, 먼저 형제로서 거듭 권고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오류나 악행에서 돌이키기를 거부한다면, 그 사실을 교회 곧 치리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들이 교회의 권고를 듣고도 돌이키지 않으면, 성례에 참여함을 금하여 성도의 사귐 밖에 두어야 하며, 하나님께서도 친히 그들을 그리스도의 나라에서 제외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참으로 돌이키기를 약속하고 증명한다면, 그들을 그리스도의 지체와 교회의 회원으로 다시 받아들입니다.” 바른 치리와 재판과 권징의 절차를 따르지 않을 때, 교회는 큰 혼란과 무질서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조화와 일치를 보존하고 증진시키며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나가도록 하는 것에 적합한 것만을 받아들여야 하며, 바른 권징과, 필요하다면 출교의 방법까지도 사용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질서 있게, 품위 있고 적절하게 하되, 특별히 교회를 세워나가는 일을 함에 있어서는 더욱 그리 해야 합니다. 진리의 기둥과 터인 교회가 세상에서 교회의 정체와 표지를 잘 유지하면서, 교회의 하나됨을 지키고 진리를 잘 보존하고 드높이며 하나님을 올바로 예배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바른 교리와 신앙고백을 견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경적인 가르침을 따라 제정된 교회 정치와 예배 모범과 권징 조례와 같은 교회 질서를 존중하고 잘 지켜야 합니다. 그러한 교회는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서서 복음을 빛내는 교회로 굳게 설 수 있을 것입니다.
* <벨직 신앙고백 해설> ‘벨직 신앙고백 제32조’(459-470)의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학습을 위한 질문
1. 필립 멜랑히톤은 “교회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합리적인(합당한, 마땅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교회에 성경적인 질서가 필요하고 그것이 잘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 교회의 질서는 교회 안의 전 영역에서 행해지는 일들을 다루는 것으로,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네 가지 교회의 질서들은 무엇입니까?
3. 교회에 권징과 출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눔을 위한 질문
1. 하나님의 집이요, 진리의 기둥과 터인 교회가 세상에서 교회의 정체와 표지를 잘 유지하면서, 교회의 하나됨을 지키고 진리를 잘 보존하고 드높이며 하나님을 올바로 예배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바른 교리와 함께 성경적인 가르침을 따라 제정된 질서가 잘 지켜져야 합니다. 벨직 신앙고백은 이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 권징과 출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그러나 실제로 권징과 출교가 시행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교회의 질서를 어기거나 죄를 지어서 교회의 권징을(수찬 정지, 출교 등) 받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떨것 같은가요? 교회에서 권징이 시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권징이 잘 시행될 뿐만 아니라 권징을 받는 성도와 교회 모두가 권징을 통해 유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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