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우리는 예배 시간에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합니다. 많은사람들은 사도신경을 암송할 수 있고요, 사도신경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하겠습니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도신경을 암송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사도신경의 내용을 살펴볼 텐데요, 오늘은 신앙고백이 왜 필요한지,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신앙고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신앙고백이 왜 필요할까요?
신앙고백은 꼭 필요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겠는데요, 먼저 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신앙고백은 우리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1) 우리의 신앙을 분명하고 견고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2) 우리의 신앙을 후대에 전승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앙고백이 있는 교회는 규모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교회의 신앙과 전통이 이어지는 것을 교회의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교회를 견고하게 세워줍니다. 초대교회는 세례 전에 신앙고백을 엄격히 가르쳤고, 분명히 신앙고백을 할 때 세례를 주었습니다. 교회는 견고해졌지요. 반대로 신앙고백이 불분명한 신자가 많아지면, 갈등과 문제도 많아지고 교회는 약해지게 됩니다.
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1)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신앙고백이 필요합니다. 복음을 충실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요약한 신앙고백을 통해 우리가 믿는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2) 신앙고백은 신학적인 오류와 이단을 분별하고 바로잡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오늘날 수많은 이단들과 오류들이 난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와 성도들이 신앙고백에 관심이 없고 무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사도신경에 담긴 복음
앞으로 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신앙고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신경의 조항을 하나하나 살펴볼 텐데요, 그 전에 사도신경의 숲을 이해하는 것이 유익할 것 같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그리스도인이 믿어야 할 것은 복음에 약속된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도신경이 이 복음을 잘 요약하여 가르쳐 준다고 말합니다(22문). 사도신경은 복음을 어떻게 요약하여 가르쳐 줄까요? 24문은 사도신경의 내용이 세 부분, 곧 첫째, 성부 하나님과 우리의 창조, 둘째, 성자 하나님과 우리의 구속, 셋째, 성령 하나님과 우리의 성화로 나누어진다고 말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분의 사역으로 요약되지요. 그렇다면 복음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 부분 중에서 유난히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와 사역이 가장 분명하게 계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도신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복음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3.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하겠습니다
신경(Creed)이란 말은 “나는 믿는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크레도’(Credo)에서 나온 말로, ‘신앙고백’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라고 물을 때, 여러분의 대답이 곧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했지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베드로의 이 대답이 신앙고백입니다. 사도신경의 초기 형태는 문답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교회는 세례 대상자들에게 이 내용을 가르쳤고, 세례를 받을 때 이 내용을 자기의 신앙고백으로 대답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신앙고백은 내가 믿겠다는 결단이나 선포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 혹은 부르심에 대한 반응,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신앙고백을 해야 할까요? “나는 믿는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크레도’(Credo)는 ‘심장’(heart)이라는 의미의 ‘cor’와 ‘주다’(give)라는 의미의 ‘do’라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내가 믿습니다.”라는 말은 “나의 심장을 드립니다.”라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우리가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할 때, 우리는 하나님께 나의 심장, 곧 나의 생명, 나의 전부를 드린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의 심장보다,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한 분이시기에, 나의 전부를 받으시기에 합당하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런 고백을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의 심장을 드린다는 말은 그저 입바른 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거짓된 고백은 하나님께 모욕적인 표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할 때, 한 구절 한 구절에 우리의 마음을 다하여 의미를 담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묵상과 기도
신앙고백은 “주님께 나의 심장을 드립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박해를 받으며, 죽음 앞에서도 예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나의 심장을 드리는 신앙고백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바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내게 베푸신 사랑과 은혜를 온전히 알고 확신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온 마음으로 신앙고백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도신경의 내용을 천천히 읽으면서, 삼위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베푸신 구원을 묵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나를 위해 생명을 주신 주님께, 나의 생명을 드립니다”라고 진심으로 신앙고백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믿음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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