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서 개관 | 시와 지혜
시편 1:1-6
서론(특징과 구분)
보통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를 시가서라고 말합니다. 모세오경, 역사서, 선지서의 경우, 속해 있는 책들의 구분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 책들이 왜 모세오경인지, 왜 역사서인지, 왜 선지서인지 쉽게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가서는 그 구분이 불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다섯 권의 책을 다른 성경과 구분하여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형식입니다. 시가서는 주로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문학 형식을 보통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야기(내러티브)와 시”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세오경과 율법서는 주로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앞으로 살펴볼 시가서와 선지서는 주로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처럼 보이는 욥기도 처음 1,2장과 마지막 장 외에는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둘째, 내용입니다. 시가서와 선지서가 대부분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면, 시가서와 선지서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 차이는 내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선지서의 내용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지서는 일차적으로 그 시대의 정황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주로 국가/공동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가서는 조금 다른데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시가서에 속한 책들은 특정한 상황과 연결된 내용이 아닌 보편적인 주제(지혜, 고난, 삶의 의미, 사랑 등)를 다룹니다. 따라서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또한 국가/공동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셋째, 계시의 방식입니다. 보통 성경 말씀은 하나님으로부터 사람에게로 내려오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셔서 모세를 통해 성경을 기록하게 하셨고, 선지자에게 말씀하셔서 선지자를 통해 성경을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시가서는 조금 다릅니다. 시가서의 말씀은 사람이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시편에서 시인은 고난 중에 하나님께 탄식하며 기도하거나, 하나님의 구원에 감사하며 찬송합니다. 잠언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색한 것을 말합니다. 욥기는 의인이 겪는 고난에 대해서 욥과 친구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로 시가서는 경험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가서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보게 됩니다.
시가서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말 “시가서”(詩歌書)의 뜻은 ‘시와 노래의 책’이란 의미인데요. 여기에 해당하는 책은 시편과 아가입니다. 욥기, 잠언, 전도서는 엄밀하게 말해 시와 노래라고 보기 어렵지요. 이 세 성경은 보통 “지혜서”라고 부릅니다. 이제 시가서와 지혜서를 구분하여 그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시가서
이야기체(내러티브)라는 문학 양식을 아는 것이 역사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시라는 양식을 이해하는 것이 시가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시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언어로 기록됩니다. 또 압운(라임)과 같은 언어 형식의 기교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특징들을 살려 번역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행인 것은 히브리 시의 중요한 특징이 ‘평행법’이란 것인데, 이것은 번역된 성경에서도 제한적으로나마 살려낼 수 있습니다.
히브리 시의 행은 보통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요. 평행법은 두 행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법입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평행법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동의적 평행법은 같은 의미를 지닌 행을 나란히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편 19:1을 보겠습니다. 1행의 “하늘”이 2행에서 “궁창”으로 반복되고, 1행의 “하나님의 영광”은 2행에서 “그 손으로 하신 일”로 반복됩니다. 마지막으로 1행의 “선포하다”는 2행에서 “나타내다”로 반복하였습니다.
1행 :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2행 :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반의적 평행법은 대조되거나 반대되는 두 행을 나란히 두는 방법입니다. 잠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법인데요. 예를 들어 잠언 10:1을 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아들 - 미련한 아들, 아비 - 어미, 기쁘게 - 근심’으로 대조되는 행을 나란히 두었습니다. 그렇다고 두 개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1행 :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하거니와
2행 :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
지혜서
지혜란, 하나님이 우주를 다스리는 질서로서, 인간의 편에서 보면 이 질서에 조화하여 ‘효과적으로’ 삶을 살아내는 태도와 능력을 의미합니다. 실천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혜란 “삶의 기술”로써,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며 성공적으로 사는 것인지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 지혜서(특별히 잠언)가 가르쳐주는 지혜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의롭게 사는 삶”입니다. 예컨대 겸손, 인내, 정직, 성실 등을 말하는 것도 결국은 하나님 앞에서 의롭고 바른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전제, 기초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경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호와 경외”는 지혜의 근본이 됩니다.
이러한 지혜를 가르쳐주는 성경이 지혜서인데요. 지혜서는 다시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와 사색적 지혜(speculative wisdom),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분류의 기준은 소위 ‘보응의 원리’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의로운 삶을 사는 사람에게 성공과 복이 따르고, 악한 삶을 사람에게 실패와 파멸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도덕질서입니다. 실천적 지혜(잠언)는 이런 보응의 원리를 긍정하며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사색적 지혜(욥기, 전도서)는 보응의 원리(또는 그것의 시행)가 정말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회의하고 항의합니다. 실천적 지혜는 하나님이 세우신 도덕질서, 곧 보응의 원리를 신뢰하며, 우리로 의롭고 바른 삶을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한편 사색적 지혜는 우리가 보응의 원리로 하나님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즉 의롭고 바른 삶을 살았음에도 기대했던 결과가 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보응의 원리를 뛰어넘고, 우리의 이해와 지혜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자유로우신 지혜를 신뢰하는 것이 참된 지혜라고 가르쳐 줍니다.
결론
시가서에 공통적으로 그리고 반복되어 등장하는 주요 주제들이 있습니다. ‘여호와 경외’, ‘인간 지혜의 한계’, ‘의인과 악인의 대조’, ‘고통과 씨름’, '참된 경건의 본질’ 등인데요. 시가서를 통해 이런 중요한 주제들을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가서는 매우 실천적인 성경입니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가서는 우리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방식으로 기록된 성경이기 때문입니다. 시가서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찬송하고 기도하며 예배해야 하는지, 어떻게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것인지, 예상치 못한 고난 속에서 어떻게 인내해야 하는지, 혼란한 세상 속에서 헛된 것에 속지 않고 참된 것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나눔을 위한 질문
1. 시가서를 다른 성경과 구분하여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유 세 가지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세요.
2. 시가서에서 동의/반의적 평행법이 사용된 말씀을 하나씩 찾아서 설명해 보세요.
3. 지혜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지혜란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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