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인간 관계의 본질 :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키라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1. 지금까지 배운 내용 복습 / 정리
우리의 관계가 어렵고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에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철저히 ‘나’만을 생각하기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의 뿌리 깊은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함몰되어 있을 때, 우리는 나를 채워줄 우상을 찾게 되는데요. 사람이 발견한 가장 큰 우상은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 사랑과 인정을 받기를 추구하고, 그 결과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우상으로 섬기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우상인 그 사람에 의해 조종당하게 되거나, 자신이 우상이 되어 매우 이기적인 관계를 추구하게 됩니다. 깨진 항아리를 물로 채우는 것처럼, 만족되지 않은 우리의 욕구와 필요를 채우기 위해 끊임 없이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고립감을 느끼게 되지요.
깨진 인간 관계의 원인이 우리의 죄, 곧 자기중심성(또는 자의식과잉)에 있고, 사람을 두려워하고 우상으로 섬기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깨진 인간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워집니다. 본래의 자리를 찾아주면 됩니다. 즉 사람을 하나님의 자리에 두고 두려하는 일을 멈추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경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이해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사랑함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하나님께 더 많이 감사하게 하고, 하나님께 더 힘써 순종하게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더 조금 생각하게 되고, 항상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명령하신 의무를 따라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며 우리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된 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래도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인정 받는 일이 여전히 중요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친밀감과 자존감의 욕구를 채워주는 일이 여전히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다양한 욕구를 주셨기에, 그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필요로 하는 이 욕구가 하나님이 주신 욕구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사람은 본래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 인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당연히 그런 욕구와 필요들이 채워저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는 심리적으로 결핍된 존재로 우리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큰 은혜와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로 창조하셨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것은,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결핍된 존재여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삼위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창조하신 이유는 외롭거나, 사람의 사랑을 필요로 하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삼위 하나님께서는 이미 완전하고 충만한 사랑의 관계 안에 계셨음에도, 사람을 창조하시고 사랑을 베푸신 이유는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에게 사랑을 명령하신 이유도 동일합니다.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받은 창조의 목적을 회복한 우리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갑니다. 인간 관계도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말 갈망해야 하는 것은 사람을 통해 나의 심리적 필요를 채워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랑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필요는 결코 사람으로 채워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우리의 필요를 채우려하면 어김없이 교만, 시기, 갈등, 상처와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랑할 때, 우리는 솔직하고 친절하면서도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는 관계가 아니라 말씀을 따라 분별하고 절제할 수 있는 관계가 됩니다. 그럴 때 관계는 놀라운 하나님의 선물이 됩니다.
2. 호세아 이야기(1) : 우리에게 차고 넘치게 채워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오늘 관계 수업 마지막 시간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것, 곧 “사랑의 의무”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충만한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롬 5:5). 우리가 원하는 사랑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으로부터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 때에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사랑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 중 하나는 호세아 선지자의 이야기입니다. 호세아와 고멜의 이야기는 수치당한 자, 위협받은 자, 거절당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그런 사람들을 기필코 찾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호세아 선지자에게 ‘너는 가서 음란한 여자와 결혼하여 음란한 자녀들을 낳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명령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왜 그런 명령을 하셨을까요? 그것은 하나님께서 바로 그런 음란한 여인, 고멜과 같은 자와 결혼하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호세아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어려운 명령을 받아 순종했습니다.
호세아는 고멜이라는 여성과 결혼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필요를 위해 남자를 만났던 매춘부였습니다. 고멜은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다른 남자들을 만나며 음란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고멜과 결혼하여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은 호세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 알 수는 없지만 무척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이 우상과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지요.
우리가 호세아는 왜 저런 여자와 결혼해서 저런 고통과 슬픔을 자처할까? 생각할 때, 우리는 즉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와 같은 자들을 사랑하시고, 우리를 신부로 맞이하셨을까? 감당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호세아 역시 이런 생각을 하였겠지요.
결국 고멜은 호세아를 버리고 떠나 다른 남자와 살기 시작합니다. 그 남자는 호세아가 채워주지 못했던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사랑과 친밀감을 채워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멜을 정말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학대당하고 버림받아 노예살이를 하게 됩니다. 고멜은 사람을 통해 자신의 수치심,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더욱 수치를 당하고 거절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호세아가 고멜을 찾아내지요. 값을 지불하여 그녀를 사고, 새 옷으로 그녀의 벌거벗겨진 수치심을 가려주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고멜에게 말하지요. “나는 당신의 사람이고 당신은 나의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에게만 속한 사람이고 당신이 속한 사람은 나이며 오직 나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멜과 같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비록 우리는 하나님을 배반하고 세상과 우상에게 떠났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신실하게 사랑해주셨습니다. 우리를 수치와 비참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수치와 비참을 감수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또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하나님께 버림 받아 수치와 거절을 당하는 것이 마땅한데,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보십니다. 우리의 수치와 거부당함을 모두 짊어지시고 대신 수치와 거절을 당하신 예수님 때문에 우리를 완전히 용서하시고 사랑해 주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영광스럽게 완성될 모습을 보시며 우리를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신부로 여겨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신실하고 완전한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채워주셨습니다.
3. 호세아 이야기(2) : 사랑의 의무를 실천함
호세아와 고멜의 이야기는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고멜은 자신의 욕망에 헌신된 사람입니다. 그녀는 만족감을 얻어 보려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던 사람이었지요.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주었습니다. 반면 호세아는 거룩한 신랑이신 하나님을 닮아가는 일에 헌신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내의 정욕을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호세아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배신하고 떠났습니다. 호세아의 마음을 다 헤아리기 어렵지만, 무척 고통스럽고 슬펐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호세아는 그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순종함으로 사랑의 의무를 행합니다. 호세아는 고멜을 찾아 나서고 노예로 팔려간 그녀를 값을 주고 구속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분했기에 호세아는 자신이 고멜을 사랑했던 만큼 고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때에도 여전히 고멜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고멜만을 사랑하였는데, 고멜은 오히려 다른 남자들을 사랑하여 집을 나섰을 때에도, 여전히 고멜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였기에 이런 사랑이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랑의 의무입니다.
만일 호세아가 ‘필요 이론’에 따라 고멜을 사랑하였다면 어땠을까요? 호세아가 내가 준 만큼 너도 나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멜에게 사랑을 주었다면, 호세아가 사랑한 만큼 고멜이 호세아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을 때 호세아는 분노하였을 것입니다. 심지어 고멜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며 배반하고 떠났을 때에는 질투심과 함께 자존감은 추락하였겠지요. 더이상 사람은 믿을 수 없다며 사람에게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을 것입니다. 비로 그것이 여전히 내가 그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있음을 증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나의 고통과 슬픔을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호세아의 이야기는 이런 전략은 더이상 그리스도인에게 가능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고멜과 같은 나에게 베푸신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사랑인지를 우리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쉽게 피해가게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가고 사랑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사랑의 길은 고통과 슬픔이 없는 꽃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랑의 길에 고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길은 유일하게 우리를 차고 넘치게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받은 위로와 사랑은 차고 넘치는 것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심지어 그들의 완고함과 배신에도, 비뚤어진 태도와 신경질적인 반응에도, 징징거리고 귀찮게 하는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더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차고 넘치는 항아리이지 끊임 없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잔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사랑의 의무는 우리를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거리감이 있는 이웃들, 더 나아가 나를 힘들게 하는 원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관계 수업의 결론은 전도서 12장 13절 말씀입니다. “일의 결국을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뭔가 복잡하고 많은 내용을 다룬 것 같은데, 결론은 너무 당연하고 단순하지요? 우리가 성경적인 인간 관계, 유익하고 풍성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기 위해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더 많이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며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송하십시오. 그리고 그러한 지식과 감정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코람데오) 살아가십시오.
둘째,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의무(본문)입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내 뜻대로 나를 대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아도 나의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게 느껴지는 이웃들에게, 더욱 우선적으로 사랑해야 할 주님의 백성들에게 사랑의 의무를 행하십시오.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돌아올 이익을 기대하지 말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서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과 명령을 따라 사랑하십시오.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관계의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을 중심에 두고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하면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리할 수록 관계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할 때 의외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의무에 힘씁시다. 우리가 기대치 못했던 더 큰 축복과 기쁨과 자유를 경험하고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본 내용은 "사람이 커 보일 때 하나님이 작아 보일 때"(에드워드 웰치, 개혁주의신학사)와 동일한 책으로 진행된 임승민목사님(담장너머교회)의 특강 "관계수업"의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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