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문: 여섯 번째 간구에서 우리가 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는 여섯 번째 간구로 우리는, 죄에 이르는 시험을 당하지 않게 지켜주실 것과, 시험을 당할 때는 우리를 붙드시고 구해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 6:13)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 동안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마 26:40-41)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주기도의 여섯 번째 간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시험과 악이란 무엇인가?
주기도의 여섯 번째 간구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시험은 어떤 사람의 재능이나 실력, 지식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치르는 시험(trial,test)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종종 그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시기 위해 시험을 하십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신 것도 아브라함을 시험하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을 아브라함이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살피고 드러내시기 위해 그를 시험하셨습니다. 의인 욥이 당한 시험도 같은 종류의 시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기도를 가르쳐주실 때 말씀하신 시험은 죄에 대한 유혹으로써의 시험(temptation)을 의미합니다. 이 시험은 우리를 죄짓게 하여 악에 빠지도록 만들려는 목적으로 찾아오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소요리문답에서도 이 시험을 가리켜 “죄에 이르는 시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험은 누구로부터 찾아오는 것입니까? 이 시험은 “시험하는 자” 마귀에게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마귀는 하나님의 원수가 되어 사람들을 죄 짓도록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활동합니다. 마귀는 하나님과 화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원수로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범죄케 하고 하나님께 충성하지 못하도록 끌어내리는 일을 합니다. 우리 조상 아담을 유혹하여 범죄케 함으로 온 세상에 죄와 악이 가득하게 만든 것도 마귀였습니다. 마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성도들을 악에 빠뜨리는 일을 해 왔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마귀의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깨어 있을 것을 당부하면서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라고 하였습니다(벧전 5:8).
그리고 이 마귀에게는 세상과 육체라는 동맹군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님의 왕되심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악한 교만과 정욕과 쾌락으로 가득한 세상을 말합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라고 하였습니다(요일 2:17) 마귀는 세상에 있는 것들을 하나의 미끼로 사용하는 데 능숙합니다. 마귀가 예수님을 시험할 때에도 세상의 영광을 보여주며 그것으로 자신에게 경배하라고 미혹하였습니다. “가로되 이 모든 권세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준 것이므로 나의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그러므로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눅 4:6-7) 또 반대로 마귀는 세상을 통해 우리 위협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합니다.
마귀의 또 다른 동맹군은 육체입니다. 여기서 육체란 단순히 우리 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체는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부패성, 죄성을 말합니다. 거듭나서 예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도 여전히 악하고 부패한 본성이 남아 있습니다. 마귀는 이렇게 남아있는 부패한 본성을 타고 들어와 우리로 죄를 짓도록 유혹하고 충동합니다. 만약 우리를 미혹하는 원수가 우리 바깥에만 있었다면 사단의 유혹은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깥의 원수와 내통하여 안에서부터 우리를 무너뜨리는 원수, 육체가 있기에 우리는 마귀의 시험 앞에서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이처럼 우리를 시험하는 원수가 우리 안에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한 성품이나 의지력을 의지해서는 시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여섯 번째 간구와 관련하여 기억할 것은 예수님께서도 이런 우리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잘 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힘과 지혜와 의지를 통해 시험을 이기고 악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자라는 것을 아셨기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고 기도할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럼 이 기도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먼저 주님께서는 이 시험에 들게 하지 말게 해 주시기를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시험을 “예방하는 은혜”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언제나 시험에 들어 죄에 빠질 위험 가운데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는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나에게는 어떤 시험도 찾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험은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만 오는 것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은 시험을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죄 아래 거하며 그 어떤 선도 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계명을 삶의 지침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처럼, 그들은 죄 짓는 것을 자기 삶의 계명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마귀는 굳이 그들이 죄를 짓도록 시험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시험은 오직 신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며 하나님의 계명을 좇아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만 시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는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가 시험에 들지 않기를 구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연약하여 우리 홀로 시험에 맞서 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죄에 이르는 시험에 매우 쉽게 빠질 수 있는 연약한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 마귀와 세상과 육체가 우리를 시험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잠시라도 붙들어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지극히 작은 일로도 빠르게 시험에 들어 악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간절히 필요하며, 우리는 그것을 놓고 날마다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신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에 제자들에게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말씀하셨을 때, 베드로는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습니까? 불과 몇 시간 후 무리들이 칼과 몽치를 들고 예수님을 잡으로 오자 제자들은 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하였습니다(마 26:31-35,56).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또한 예수님은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하고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돕는 은혜에 대한 간구”입니다. 이 기도는 우리가 시험에 들어 악에 빠졌을 때 우리를 거기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간구입니다. 모든 신자는 시험에 들기를 원치 않습니다. 시험에 들어 하나님 앞에 죄를 짓고 악에 빠져 비참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신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적인 나태와 부주의함으로 인해, 우리는 시험에 들고 마귀의 올무에 걸려 슬프고 괴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영적 침체의 상태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나님의 자녀들을 악에서 구하실 수 있으십니다. 우리가 사탄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와주심으로만 가능합니다.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볼 때,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하고 간구할 때 하나님께서 도움의 손을 베푸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주기도의 마지막 간구,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는 간구로 악에 빠진 우리가 하나님의 건져주심을 바랄 수 있도록 격려해주십니다.
시험에 들고 악에 빠지면 신자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마음이 매우 어두워집니다. 우리 영혼의 눈과 귀가 어두워져서 은혜로운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을 찬양했던 우리 입과 혀가 뻣뻣하게 되어 입술의 찬양이 멈춰지고 탄식 섞인 불평과 원망의 소리만 쏟아내게 됩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성도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던 우리 손과 발은 매우 둔하게 되어 아무에게도 아무런 유익을 끼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또 예배와 개인 경건생활 같은 영적인 의무들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또 겉으로는 의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지 못하며 거기서부터 어떤 기쁨이나 위로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육체의 욕심과 정욕에 이끌려 악으로 치우칠 뿐입니다.
시험에 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십시오. 예수님께서도 잡히시던 날 밤 큰 시험을 맞닥뜨릴 제자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마 26:41). 깨어 있기도 해야 하고 기도도 해야 합니다. 깨어 있어서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순종하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함으로 마귀와 세상과 육체의 소리를 잠재우십시오. 또 기도도 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깨어 있을 수 없습니다. 기도로써 하나님의 은혜를 공급받지 못하면 우리 영혼은 금방 잠들게 될 것입니다. 깨어서 기도하고 기도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거리로 둘러 쌓여있는 곳으로 제발로 들어가려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삼가십시오. 자기 자신을 믿지 마십시오. 혹 예상하지 못한 유혹 앞에 놓이게 되었다면 시험을 물리칠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사단의 올무에 걸려 넘어졌다면 그 상태로 머물러 있으려 하지 마십시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간절히 부르짖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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