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효과적으로 부르신 자들을 값없이 의롭다 하신다(롬 8:30, 3:24). 이것은 그들에게 의를 주입하심으로써가 아니라,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 자신을 의롭게 여기시고 받아들이심으로써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칭의는 그들 안에 이루어진 어떤 것, 혹은 그들이 행한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때문이다. 믿음 자체나, 믿는 행위나, 혹은 다른 어떤 복음적(evangelical) 순종을 그들의 의로 그들에게 전가함으로써가 아니고, 다만 그들이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의를 받아들이고 의지할 때,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케 하심을(속죄와 칭의를 위한) 그들에게 전가시키심(돌리심, imputing)으로 되는 것이다(롬 4:5-8; 고후 5:19,21; 롬 3:22,24,25,27,28; 딛 3:5,7; 엡 1:7; 렘 23:6; 고전 1:30,31; 롬 5:17-19). 그 믿음도 그들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선물이다(행 10:44; 갈 2:16; 빌 3:9; 행 13:38,39; 엡 2:7,8).
“누가 능히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을 송사하리요 의롭다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롬 8:33-34상반절)
칭의는 의롭다 하시는 재판장으로서의 하나님의 법정적 선언이요 은혜의 행위입니다(롬 8:33). 칭의는 우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판결입니다. 칭의는 의롭다하시는 하나님의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 죄인을 의롭다고 판결하시는 것은 인간 재판장이 세상의 법정에서 판결하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인간 재판장은 판결 시에 죄인은 죄 있는 자로, 죄 없는 자는 죄 없는 자로 선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인간 판사는 재판 받는 사람이 어떤 상태(유죄 또는 무죄)에 있는지를 살펴본 후 그 상태에 적합한 판결을 내립니다. 죄 있는 자를 무죄하다 하고, 무죄한 자를 죄 있는 자로 판결하면 불의한 재판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재판장의 판결은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칭의와는 다릅니다. 하나님이 선언하시는 칭의는 의로운 사람에 대한 선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진노와 정죄 아래 있는 죄인들을 의롭다 하시는 선언입니다. 하나님의 판결은 항상 진리를 따라 공의롭고 공평하게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불의한 자들을 의롭다고 선언하실 수 있습니까?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하나님은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시고도, 하나님은 불의하시지 않고 의로우십니다. 죄인을 의롭다 하고도 하나님이 여전히 의로우신 것은 하나님의 칭의에 내포된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칭의는 그리스도를 믿는 죄인에게 죄 사함과 의롭다 함을 선언하시는 재판장이신 하나님의 법정적 선언입니다. 칭의는 하나님의 법적(forensic) 판결의 선언(declaration)입니다. 의롭다 하시는 하나님의 판결은 궁극적이고 최종적입니다(롬 8:33-34). “의롭다 하심”은 하나님께서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의롭다”하시는 이 선언이 공정하려면, 그 선언에 걸맞는 어떤 사실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입니다.
죄인을 의롭다 하시는 하나님의 칭의에는 그렇게 선언될만한 합법적 근거(기초, 토대)를 마련하시고 그 하나님의 성품에 합치된 근거와 관계에 기초하여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칭의 행위의 독특함은, 의로운 상태와 의로운 관계를 선언하실 뿐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그렇게 선언하실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새롭고 의로운 관계를 이루신다는 것십니다. 그러므로 죄인을 의롭다 하시는 하나님의 칭의에는 하나님의 선언적(declarative) 행위뿐만 아니고 그렇게 선언하실 수 있는 근거(토대)를 이루시는 구성적(constitutive) 행위도 있습니다(롬 5:17-19,21).
칭의를 이루는 하나님의 구성적 행위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과 온전히 만족케 하심으로 이루신 그리스도의 의를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의 순종과 만족케하심이 칭의의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그가 이루신 의(義) 외에는 다른 터(토대)는 없습니다. 불의한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의를 보실 뿐 아니라 그것을 우리에게 전가시켜 우리의 의로 여겨주십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로움만이 우리의 완전하고 번복될 수 없는 칭의의 토대가 됩니다.
* 본 글은 송용조 목사님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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