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8)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마 6:13)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매일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죄를 사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시험에 들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를 꼭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죄를 짓는 죄인이기 때문이고, 우리의 삶은 매일 시험받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시험과 유혹
‘시험’이라고 번역된 단어(πειρασμός, 페이라스모스)는 ‘시험’(test)을 의미하기도 하고, ‘유혹’(temptation)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성경에서 이 단어는 사탄이 사람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할 때 사용되었고(마 4:1, 예수께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하나님께서 사람을 시험하실 때도 이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요 6:5-6,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시험하신다고 말씀합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외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시험을 받았습니다(히 11:17, 아브라함은 시험을 받을 때에).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시험하지 않으신다고도 말씀합니다(약 1:13, 하나님은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하나님께서 시험을 하신다는 것인가요, 하지 않으신다는 것인가요? 다음과 같이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한 의미에서, 즉 사람들을 깨닫게 하시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험을 하시지만, 죄를 짓도록 넘어뜨리려는 유혹은 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한 의미의 시험이란 무엇이고, 유혹이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짜 실력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공부할 때는 다 이해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시험을 치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됩니다. 철저히 이해하지 못했고,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완전한 선생님이신 우리 하나님께서는 선한 의도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험을 주십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은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시험을 받게 됩니다. 이 시험의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루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약속의 자녀로 이삭을 주셨습니다. 아브라함은 큰 민족을 이루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께서 이 약속을 이루실 것을 신뢰하고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삭이 없으면 하나님도 약속을 이루실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 시험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하나님보다 이삭을 더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시험은 가혹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것을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유혹’에 관하여 생각해 봅시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도 일종의 시험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시험과 거의 동시에 사탄이 유혹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는 달리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이 너에게 훨씬 더 좋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탄의 시험입니다. 우리로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의지하지 못하도록, 불순종하도록 유혹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험에 든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상황에서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시험에 들지 않는 것은 이런 유혹이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시험에 맞서는 일은 공동의 프로젝트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해주시길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교회’로 부르셔서, 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화를 이루어가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용서하고 용서 받으며 하나님의 용서를 더욱 풍성히 누리고, 우리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거대한 고난과 유혹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우리 아버지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로 부르는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간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시험에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형제자매, 이웃이 시험에 들었다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와 같이 시험을 받으신 예수님
우리가 이렇게 간구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고 친히 도우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히브리서 4:14-16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있으니 승천하신 자 곧 하나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 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주님께서는 죄가 없으시지만 우리와 같이 시험을 당하신 분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험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능히 도우시고 붙드실 줄을 믿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시험에 들어 실패하고 넘어짐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허비하고 방황하였는지 모릅니다. 이제 우리의 남은 생애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는 삶이 되게 해주시길 간구합시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는 간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함께 나누고,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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