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 주신 기도(9)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 6:13).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 부분을 보통 ‘송영’이라고 말하는데요, “영광을 돌리는 찬송”이라는 의미입니다. 주기도에 따르면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찬송으로 마치게 됩니다. 이 시간에는 그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본문에 관한 문제
내용을 생각해 보기 전에 본문과 관련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본문을 보면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마지막 부분이 괄호 안에 들어 있습니다. 각주를 보면 ‘고대 사본에 이 괄호 내 구절이 없음’이라고 그 이유를 밝힙니다. 이 구절은 가장 오래 되고, 권위 있는 사본들에는 없고, 후대의 사본들에는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이 구절이 본래 성경에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고, 실제로 이 구절이 빠진 번역본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고대 번역본들에서 이 송영이 나타나고 있고, 특별히 1세기 교회의 문서인 ‘디다케’에는 신자들에게 하루 세 번 주기도를 사용하여 기도할 것을 권면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송영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유대인들은 송영으로 기도를 마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예수님을 포함하여 제자들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기도에 이 송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송영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와 다른 본문에 나타난 기도(예, 대상 29:10-13)의 내용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 신앙의 표준문서들도 주기도를 다룰 때 이 송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개’라는 표현에 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고 기도하는데, 본문에는 이 표현이 없습니다. 초기에 한글 성경이 번역될 때에는 ‘대개’라는 말이 있었는데, 적절한 번역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삭제되었습니다. ‘대개’는 그리스어 ‘호티’(ὅτι, for, 왜냐하면)를 번역한 것인데, ’대개’라는 말은 ‘일의 큰 원칙으로 말하건대’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삭제한 것도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때문입니다”라는 의미도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의미를 살려 다시 번역하면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기 때문입니다”가 됩니다. 앞의 간구와 연결하여 이해하면, “우리가 이렇게 간구하는 것은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기 때문입니다.”가 되는 것이지요. ‘대개’라는 익숙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가 ‘왜냐하면’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고요하고도 견고한 우리의 믿음의 확신
종교개혁자 칼뱅은 이 송영에 “고요하고도 견고한 우리의 믿음의 확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자신에게는 하나님께 감히 기도할 만한 어떤 가치도 없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간구를 들어 주셔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를 시작하고, 하나님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송영으로 기도를 마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선하신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시기를 기뻐하신다는 것과 우리 하나님께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 모든 것을 능히 주실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고요하고도 견고한 확신”을 갖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이후에도 우리의 삶에는 많은 고난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다양한 결핍이 있고, 우리의 죄와 사람들의 죄로 인해 괴로울 때가 있으며,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고 악한 자에게 시달리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기도를 가르쳐 주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지만, 그 모든 때에 우리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영원히 소유하고 계신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기억함으로 담대히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할 수 있고, 하나님께서 이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을 굳게 신뢰할 수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28문은 마지막 송영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해줍니다. “주님은 우리의 왕이시고 만물에 대한 권세를 가진 분으로서 우리에게 모든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시며 또한 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주님께 구하옵니다. 이로써 우리가 아니라 주님의 거룩한 이름이 영원히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어느 목사님께서는 우리가 송영으로 기도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우리 눈에는 세상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고통을 당할 때, 굶주릴 때, 시험당할 때 세상이 우리의 인생을 끝내 버릴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은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가지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다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 기도를 담대히 드립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찬송하는 송영으로 기도를 마칠 때 우리의 기도가 반드시 응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모든 염려를 그치고 안식할 수 있습니다.
아멘의 의미
이 간구는 “아멘”으로 마칩니다. “아멘은 참되고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내가 하나님께 이런 것들을 소원하는 심정보다도 더 확실하게 하나님께서는 내 기도를 들으십니다”(HC 129).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확신을 가지고 ‘아멘!’ 하고 응답해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자비하심으로 그대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기도에 ‘그렇다’라고 응답하심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홀로 무릎을 꿇고 있거나 서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모든 기독교 세계와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그대 곁에 서 있고, 그대는 그들과 함께 하나님이 결코 외면하지 않으실 공통의 간구를 드리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래,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으셨어. 나는 이것을 분명히 알고 있어’라고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은 채 기도로부터 벗어나지 마십시오. 이것이 아멘의 의미입니다.”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이라고 우리의 기도를 마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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