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문 에스더 5~10장
읽을말씀
“12월, 곧 아달 월 13일, 왕의 명령과 칙령을 시행할 날이 임박하였다. 그날은 유다 사람의 대적들이 유다 사람들을 없애기를 바랐던 날이었으나, 오히려 유다 사람들이 그 미워하는 자들을 없애는 날로 뒤바뀌었다”(에스더 9장 1절).
3일 간의 금식 후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갔을 때, 왕에게는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에스더는 왕과 하만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고, 이와 같은 왕비의 호의에 하만 또한 아주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음 잔치가 열리기 전에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았던 왕은 우연히 궁중일기를 읽게 되었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모르드개를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하만은 졸지에 자신의 손으로 모르드개를 높이게 됩니다. 이러한 불길함 속에서 그는 다시금 왕비의 잔치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에스더는 하만의 만행을 고발하고, 결국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했던 장대에 자신이 매달리게 됩니다. 이후, 페르시아에는 새로운 조서가 내립니다. 그것은 12월 13일에 유대인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지 죽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결국 유대인들이 몰살을 당할 예정이었던 12월 13일은 유대인의 축제일이 됩니다.
숨어 계신 하나님?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세운 교수대에 오히려 하만이 달리는 모습은 짜릿한 역전의 순간을 극명하게 보여 줍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에스더서에서 하나님은 철저하게 숨어 계신 분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님”이라는 단 한 번의 언급도 없이, 모든 사건은 마치 “우연”처럼 이루어집니다. 에스더가 우연한 기회에 왕비가 되고, 모르드개가 우연히 왕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며, 왕은 우연히 모르드개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임을 알았고, 또 그 순간 우연히도 하만이 왕에게로 나아온 모든 일말입니다.
세상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정말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러한 우연들이 연속점을 이루면서 인간의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세상의 이야기 밖에서, 그것을 통제하고 움직이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또 다른 말로, “섭리”라고 말합니다.
섭리
하나님은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님은 창조된 모든 것을 다스리십니다. 그러므로 성경에는 우연도 없고 운명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 가운데, “운이 좋아서” 혹은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전능하고 지혜로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일어납니다. 섭리란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그분의 전능하신 능력으로 만물을 보존하고 통치한다는 고백입니다.
에스더서에는 페르시아라는 거대한 세계사 속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상적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우연히 일어난 일이겠지만,) 우리는 이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보게 됩니다.
특별히, 에스더서는 포로 생활에서도 하나님의 섭리적 주권이 출애굽 시대에 주어졌던 옛 약속(언약)을 어떻게 성취했는지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대적하면서 약한 자(특별히 하나님의 백성)를 괴롭히는 자들을 그대로 두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은 당시 페르시아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에게 큰 위로와 확신을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맺으신 언약의 약속이 포로 된 상황 속에서도, 심지어 “약속의 땅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며,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신약의 빛 아래,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를 이미 맛보았습니다. 그것은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용서와 거듭나게 하시는 은혜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를 경험한 사람은 더 이상 세상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우연이나 운명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과 인생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자비로우시며 신실하신 아버지라는 것을 믿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자녀로 삼으셨으며, 영원한 복을 상속하게 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로 하여금 번창할 때 감사하게 하고, 고난당할 때 인내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일상의 평범한 사건들 가운데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하나님은 위대한 기적뿐 아니라, 평범한 사건들 가운데서도 구원 약속을 성취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를 믿음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소리를 따라서 나 자신과 자녀들의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일상을 창조적으로 살고, 이웃을 섬기며, 삶의 책임을 다하는 우리의 모습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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