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 1:1-5
룻기의 시대적 배경은 사사 시대입니다. 사사 시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던 시대로,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부패하고 혼란했던 시대였습니다. 룻기는 바로 그러한 시대에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살고 있던 엘리멜렉과 나오미의 가정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구원의 뜻을 계시하신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엘리멜렉이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가다
룻기는 베들레헴 땅에 흉년이 들었다는 말로 시작됩니다(1절). “베들레헴”은 “떡의 집”이라는 뜻으로, 그곳은 본래 양식이 풍족했던 곳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베들레헴 땅에 흉년이 닥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사 시대에 하나님을 멀리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일깨우시고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하시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하나님을 찾도록 하시기 위하여 이스라엘 땅에 기근과 환난을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흉년을 만났을 때에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대신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이주하였습니다(1-2절). 베들레헴은 그냥 보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하나님의 약속이 깃들어 있는 약속의 땅이었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선물로 주신 신앙의 터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땅에 흉년과 기근이 닥쳤을 때, 그들은 하나님께 부르짖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 대신 자신들이 스스로 이러한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베들레헴 땅을 저버리고 하나님이 심히 미워하시는 모압 백성들이 살고 있는 모압 땅으로 떠났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잠시 멀어지게 되더라도 그들의 양식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와서 하나님께 부르짖게 하시려고 이스라엘을 징계하셔서 그 땅에 흉년을 주셨는데,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하나님께로 돌아가기보다는, 무조건 그 흉년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삶의 곤고한 형편을 만났을 때에 생각해야 합니다. 꼭 하나님의 징계로 인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지 빨리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곤고한 형편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 흉년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이 흉년을 나에게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도서 기자는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고 하였습니다(전 7:14). 어려움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언제까지 도망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곤고한 날에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회개하고 회복해야 할 것은 없는지,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 가정과 교회와 이 시대를 향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베들레헴은 작게 여기고 모압은 크게 여긴 엘리멜렉
엘리멜렉은 베들레헴 땅을 떠나 모압 땅으로 갈 때 자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다. 지금 베들레헴에 큰 흉년이 들었으니 모압 땅에서 잠시 몸을 피했다가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엘리멜렉은 절대 빈곤의 상태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엘리멜렉과 나오미의 가정은 베들레헴 사람들 가운데서는 그래도 풍족한 편에 속해 있었습니다(룻 1:21). 그들이 베들레헴을 떠날 때에 그들은 풍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베들레헴에서는 편안하게 살기가 어렵게 되었고, 보다 먹을 것이 풍족한 모압 땅을 더 좋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멜렉은 온 가족을 데리고 하나님께서 줄로 재어서 주신 유업인 베들레헴 땅을 저버리고 이방 땅 모압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들은 베들레헴으로 떠날 때에 모압 땅에서 정착해서 살 것을 어느 정도 각오한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멜렉은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자 재빠르게 움직여서 자기 가문의 땅의 경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 그 값을 넉넉히 챙겨서 모압 땅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들은 잠시 피난하기 위해서 모압 땅으로 간 것이 아닙니다. 말론과 기룐이 모압 여인들과 결혼한 것을 보아도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베들레헴을 떠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모압 땅으로 가면 베들레헴에서 살 때보다 더 비참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사는 것보다 모압 땅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을 것이고, 그들은 모압 땅에서 좀 더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떠났을 것입니다.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모압에서 사는 것의 흠을 아주 작은 것으로 여기고 베들레헴에서 사는 것의 복과 장점도 아주 작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모압 땅에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거기에서는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것만 빼면 모압 땅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반면에 베들레헴에서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하나 말고는 좋은 게 하나도 없어 보였고, 거기에서는 미래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섬길 수 있는 복을 아주 시시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불신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유다 지파에 속하여 베들레헴 땅을 유업으로 받은 언약 백성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멜렉은 베들레헴을 떠남으로써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할 수 없는 것은 오히려 작게 여기고, 모압 땅에서 조금 풍족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은 크게 여긴 것입니다.
엘리멜렉이 모압 땅으로 내려간 결과
베들레헴을 저버리고 행복을 찾아 모압 땅으로 갔던 엘리멜렉의 가정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물론 그들이 모압 땅에 도착하자마자 비참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모압 땅에 도착해서는 당장은 먹고 사는 것은 좀 나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멜렉의 가정은 얼마 못가서 곧 영육 간에 피폐하게 되었습니다. 모압 땅에서 엘리멜렉은 곧 죽었고, 나오미는 남편을 잃었습니다(3절).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은 모압 여인과 결혼함으로써 이방 족속과 통혼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계명을 어겼고, 그나마 그들은 10년 안에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4-5절).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파산하였습니다.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나올 때에 가지고 왔던 모든 재산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하고 파산한 것입니다. 마치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아브라함을 떠나 온 땅에 물이 넉넉한 소돔과 고모라로 갔다가 비참하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롯은 비옥한 소돔과 고모라로 가기만 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소돔과 고모라의 영적 환경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곳에 가면 많은 양떼와 소떼를 키워서 큰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생각에 마음이 다 빼앗겨서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자신이 그곳에서 영적으로 어떻게 피폐하게 될 것인지, 자기의 가족들이 영적으로 어떻게 되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계산이 닿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계산을 빨리 잘 하는데, 영적인 계산은 참 어둡습니다.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의 영적인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산을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현안을 해결하기에 바빠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신앙의 자리를 쉽게 저버리곤 합니다.
흉년을 만날 때에 베들레헴을 저버리지 맙시다. 떡의 집인 베들레헴을 떠나서 우리가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베들레헴의 장점을 결코 작은 것으로 여기지 맙시다. 신앙생활을 잘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흠과 손실인지, 얼마나 치명적인 약점인지를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흉년을 만날 때에 오히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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