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5:1-5
사무엘하 2-4장에는 사울이 죽고 난 후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다윗은 일평생 세 번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다윗은 소년 시절에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서 처음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기름부음을 받은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는커녕 10년도 넘게 험악한 광야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다윗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생각하며 기다렸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삶의 모든 행보를 하나님의 손에 맡겼습니다. 그러던 중 사울 왕과 사울의 세 아들이 블레셋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죽고 말았습니다(삼상 31장).
그때 아직 블레셋 진영에 머물러 있던 다윗은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내가 유다 한 성으로 올라가리이까?”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올라가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다윗은 다시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리이까?”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헤브론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삼하 2:1). 그래서 다윗은 온 식구와 부하들을 데리고 헤브론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삼하 2:2-3). 그때 유다 사람들이 다윗에게 나아와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유다 족속의 왕을 삼았습니다(삼하 2:4). 이것이 다윗이 받은 두 번째 기름부음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스라엘 12지파 모두의 왕이 되기까지 괴롭고 답답한 7년 6개월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무엘하 2-4장은 그 7년 6개월 동안에 있었던 대표적인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의 주변인들이 벌인 권력 투쟁(삼하 2-4장)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 지파의 왕이 되었을 때, 사울의 군대장관이었던 아브넬은 사울의 남은 아들 이스보셋을 데리고 요단 강 동편 마하나임으로 건너가서 이스보셋을 왕으로 삼고 자신은 이스라엘의 숨은 실세로 등극하였습니다(삼하 2:8-9). 그리하여 이제 이스라엘 땅에는 두 왕이 세워지게 되었고, 이스라엘은 일종의 내전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이스보셋을 위하여는 아브넬이 그 선봉에 섰고, 다윗을 위하여는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선봉에 서서 그 둘 사이에는 끊임없는 다툼이 일어났습니다(삼하 2:12-23).
그러던 중 아브넬이 사울의 첩 리스바와 동침하였다가 이스보셋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습니다(삼하 3:2-11). 그래서 아브넬이 다윗에게 사자를 보내어 다윗을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 장로들을 소집하여 설득한 후 다시 다윗에게 가서 그 뜻을 전했습니다. 다윗은 그런 아브넬과 그의 일행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고 그들을 평안히 돌려보냈습니다(삼하 3:12-21). 하지만 다른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요압이 이 소식을 뒤늦게 듣고는 다윗 왕에게 항의한 후에 아브넬을 뒤쫓아가서 아브넬을 죽였습니다. 요압은 자기 동생 아사헬을 죽인 아브넬에게 복수한 것입니다(삼하 3:22-30).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스보셋은 맥이 풀렸고 온 이스라엘도 놀라며 두려워했습니다(삼하 4:1). 그때 이스보셋 수하에 있던 군대장관 바아나와 레갑은 이스보셋에게 가망이 없음을 알고 이스보셋의 집에 찾아가서 낮잠을 자고 있던 이스보셋을 죽이고는 그의 목을 베어서 그 머리를 다윗 왕에게 바치면서 다윗의 마음을 얻고자 했습니다(삼하 4:8). 사울의 죽음을 알렸던 아말렉 청년이 다윗에게 상을 기대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잔인하게 죽인 바아나와 레갑의 죄를 물어 그들을 처형하고, 이스보셋의 머리를 아브넬과 함께 헤브론에 장사지냈습니다(삼하 4:9-12).
다윗이 유다의 왕으로 7년 6개월 동안 헤브론에 거하여 있는 동안, 다윗의 주변인들, 곧 아브넬이나 아사헬이나 요압이나 바아나나 레갑과 같은 이들은 모두 다윗이 왕이 되는 문제를 권력 쟁탈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아브넬은 굉장히 권력지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넬은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있었지만(삼하 3:9-10, 17-18), 다윗이 왕이 되면 자신이 더 이상 이전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허수아비 왕 이스보셋을 왕으로 세우고 왕의 정통성이 사울의 혈통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윗과 대립각을 세운 것입니다. 그 결과 아브넬은 이스라엘을 분열시켰고, 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였으며, 결국 자기 자신도 요압의 손에 의해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스보셋을 죽인 바아나와 레갑도 자기들이 모시던 왕인 이스보셋을 암살하고 그 목을 베는 악을 저질렀고, 그들도 결국 사형을 당하고 그 수족까지 베어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들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자신들이 살아남아서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왕의 길을 걸어갔던 다윗
하지만 다윗은 경쟁자가 아니라 순례자로 살았습니다. 다윗은 왕이 되는 것을 쟁취와 찬탈의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사울이나 요나단과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아브넬과도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은 언제나 다툼을 일으키고 상대방을 밟고 죽여야 자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다윗이 왕이 되는 것은 경쟁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윗에게는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있었습니다. 다윗은 다윗 자신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윗이 사울을 죽인다고 해서 왕이 되고 사울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서 왕이 못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와도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순례자요 나그네와 행인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우리의 경주 코스는 각자 다 다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1등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걸을 뿐입니다.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하고 우정을 나누면서 걸을 뿐입니다. 그러한 순례자로 삽시다. 걷되, 각자의 도리는 다 하며 걸으면 됩니다. 자기의 길을 걷고 순례하는 데에만도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릅니다. 다윗은 최선을 다해서 자기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것이 삶에 임하는 신앙적인 태도입니다.
또한 다윗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다윗은 경거망동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술수를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광야에서 살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그 모든 시간 동안 기다렸습니다. 다윗은 기름부음을 자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삼상 16:13; 삼하 2:4, 5:2). 다윗은 왕이 되는 문제를 자신이 주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한 인간으로서 감내하기에 매우 고통스러운 광야의 시간을 통과할 때에도 기다렸습니다. 다윗은 사울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모든 것이 당연하게 보이는 순간에도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습니다(삼하 2:1). 다윗은 헤브론으로 올라온 후에도 7년 6개월을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결국 이스보셋의 죽음과 함께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고, 그는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고 왕의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모든 권위와 직분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릅니다. 다윗은 광야에서 신앙적으로 가장 순수하고 간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윗은 헤브론에서도 매우 겸손히 왕직을 수행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된 후 통치 초기에도 왕직을 잘 수행했습니다(삼하 2-10장). 하지만 밧세바를 범하면서 다윗의 통치는 흔들렸고, 그 후 하나님의 징계로 인한 여러 재앙들이 있었습니다(삼하 11-20장). 다윗은 왕의 함정에 빠졌던 것입니다. 우리의 권위와 권세와 직분은 권세를 부리도록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돌보도록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권위와 직분과 권세를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드러내는 것이 되게 합시다.
경쟁자가 아니라 순례자로 삽시다. 하나님을 바라며 기다립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잘 지고 가되, 왕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모든 사람의 종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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