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6:1-14
사도 바울은 로마서 6-8장에서 성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고 하는 중요한 주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는 신자의 구원을 설명하는 영광스러운 교리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는 우리의 구원의 전 과정(구원 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성화(sanctification)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우리는 복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구원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와 연합하지 않고서는 구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요 1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뿌리로부터 오는 양분을 공급 받지 못하여 살지 못하고 자라지 못하고 열매 맺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와 연결되고 연합되어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혜택들(benefits)을 받지 못하면 살지 못하고 구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는 말은 “그리스도와 연합했다”는 말로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세 가지 단어(개념)를 이해해야 합니다.
언약(Covenant)
첫째, “언약”이라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약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언약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언약은 복음이 담겨있는 틀이고 신학 전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틀입니다. 16-17세기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개혁파 신학자들은 신학의 전체 체계를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이라고 하는 두 개의 언약을 축으로 하여 전개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혁 신학(reformed theology)”을 “언약 신학(covenant the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언약은 인간이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시는 하나님의 복된 선언입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행위 언약에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하나님께서 행위 언약에서 금하신 나무의 실과를 먹었습니다. 그 결과, 아담의 후손된 모든 인류는 아담과 함께 죄인이 되었으며, 죄와 함께 사망도 왔습니다.
인간이 타락하여서 행위 언약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을 수 없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두 번째 언약을 세워주시기를 기뻐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은혜 언약입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 3항). 이 언약이 은혜 언약으로 불리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이 언약에서 순전히 은혜로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건져 구원하여 주시기로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전적 부패함과 무능함을 아시고, 이 모든 구원의 일들을 친히 이루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은혜로 되기 때문에 이 언약은 은혜 언약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과 언약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 언약을 세워주신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대표(Representative)
둘째,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 사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언약 개념과 함께 “대표(representative)” 또는 “머리(head)”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언약은 대표 원리에 의해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에는 각각 대표(머리)가 있습니다. 행위 언약의 대표는 아담이고, 은혜 언약의 대표는 그리스도입니다. 아담 한 사람이 죄를 범하였는데 왜 모든 사람이 죄인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도 한 분이 십자가에서 죽으셨는데 어떻게 그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의롭다 하심을 얻고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담과 그리스도는 언약의 대표라는 사실은 아는 데에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담은 인류의 시조로서 인류의 자연적 대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언약을 맺으셨을 때에는 아담과만 언약을 맺으신 것이 아니라 아담에게서 태어나게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언약을 맺으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언약이라는 체계(시스템) 속에서 아담과 함께 죄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담 외에 또 다른 언약의 대표를 세워주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이 친히 세워주신 은혜 언약의 대표이자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창세 전에 택하심을 받고 부르심을 받아 구원을 얻게 될 모든 죄인들의 대표이며, 능하고 강하신 우리의 대표이십니다. 그리스도의 모든 순종과 고난과 죽음과 부활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대표하고 우리를 대신한 것입니다.
연합(Union)
셋째,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 사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연합”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연합”은 너무나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언약신학을 “연합신학(또는 연방신학, federal the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라틴어 foedus는 “조약, 협정, 계약”이라는 뜻과 함께 “연맹, 동맹(league), 연방(federation), 결연(alliance)”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단어에서 “연방신학”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언약적 관계에 의해서 언약의 머리와 연합하고 결연됩니다. 우리는 행위 언약 아래에서 출생에 의해서 나면서부터 아담과 함께 언약적으로, 법정적으로, 영적으로 연합하여, 실제로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은혜 언약 대표를 우리의 구원자로 보내주실 것을 선언해 주셨습니다. 아담과의 연합과 동맹을 깨뜨리고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건져 구원하실 자를 보내주실 것이 구약시대 내내 여러 모양 여러 부분으로 선포되었는데,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은혜 언약” 또는 “복음 약속”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은혜 언약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와 연합(결혼, 접붙여짐, 그리스도의 것이 됨, 그리스도 안에 거함)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습니다. 복음은 아담과의 동맹과 결연을 끊고 그리스도와 연합하고 결연하고 결혼하라는 복된 초청입니다.
믿음은 추상적이거나 실체가 없는 막연한 허상이 아닙니다. 믿음은 자기 신념이나 최면도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우리 혼자 우리의 마음으로 주관적으로 예수님을 믿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믿음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매우 실제적인 것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은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복된 것입니다. 참된 믿음은 우리를 우리의 믿음의 대상이신 그리스도와 실제로 연결시키며,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은덕들을 받게 해줍니다. 그리스도께 연결이 되고 접붙여지고 속하게 되는 것을 가리켜서 “그리스도와의 연합(union with Christ)”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복된 은혜 언약을 세워주신 것에 감사합시다. 또한 우리에게 은혜 언약의 강력한 대표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원자로 세워주신 것에 감사합시다. 그리고 우리를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실제로 연합될 수 있도록 해주신 놀라운 은혜에 깊이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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