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철 안
220626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로마서 6:1-14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를 다루고 있는 이 중요한 본문에서 우리는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둘째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셋째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우리
첫째,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을 가리켜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자들”이라고 부릅니다(8절). 본문에서 바울은 죽음과 관련된 동사나 명사, 또는 죽음을 다르게 묘사하는 표현들을 16회나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자들로(8절), 또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로 묘사했습니다(6절). 그렇다면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사도 바울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했습니다(6절). “옛 사람”이라는 표현은 신약성경 전체에서 3번만 사용된 독특한 표현입니다(롬 6:6; 엡 4:22; 골 3:9). “옛 사람”이란 단순히 시간적인 의미에서 “옛날 사람”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바울이 “옛 사람” 또는 “새 사람”을 말할 때에 그것은 언약적 관계에 있는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언약적 관계에 있으며, 각 언약은 대표 원리에 의해 작동되므로, 우리는 바로 이런 언약적 관계에 의해서 언약의 대표와 연합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담에게 속하여 있든지 그리스도에게 속하여 있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바울은 아담에게 속해 있는 사람을 가리켜 “옛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란 “아담에게 속해 있던 나” 또는 “죄 아래 있는 나”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말합니다(6절).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골고다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에 거기에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함께 못 박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이런 일이 법정적으로, 언약적으로, 영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 대신 저주를 받으신 대속의 죽음이요 특별한 죽음입니다. 실제로 죽으신 분은 그리스도 한 분입니다. 그리스도는 은혜 언약의 대표로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셨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와 언약적, 영적 연합을 이루어,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신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의 모든 효력과 혜택에 참여하는 자들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를 우리의 주와 구주로 믿고 영접할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에 언약적으로, 영적으로 연합되며, 하나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을 때에 나도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은 것으로 실제로 간주해 주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갈 2:20)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롬 8:10, 갈 5:24, 6:14, 골 3:3-4 참조). 우리는 이전에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 그러한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아직 완전하게 거룩하게 된 것은 아니고 완전하게 영화롭게 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신분과 소속과 정체성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연합한 자가 되고 참예한 자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은 우리
둘째,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을 가리켜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은 자들”이라고 부릅니다(5,8,11절).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에만 연합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에도 연합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생명과 관련된 동사나 명사가 총 10번 사용되었습니다(2,4,5,8,9,10,11,13절).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다시 살리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것이 “옛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은 받은 나는 “새 사람”입니다. 물론 오늘 본문에는 “새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는 나오지 않지만 내용상으로는 “새 사람”이 등장합니다(엡 4:24; 골 3:10 참조). 새 사람은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는 나”입니다. 우리는 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듭남으로, 그리고 오직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됨으로써 은혜 언약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 속하게 되었고,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아담에게 속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아담에게서(from) 나와서 그리스도 안으로(into)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진노와 저주 아래 있던 “옛 사람 나”는 이제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는 “새 사람 나”가 되었습니다(14절).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를 위한 죽음인 것처럼 그리스도의 부활도 우리를 위한 부활이므로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와 언약적, 영적 연합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부활의 모든 효력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아니요 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은 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그와 함께 죽고 장사된 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사는 자들입니다(4절). 이전에 우리는 하나님께 대하여 죽은 자였지만 이제는 하나님께 대하여 산 자가 되었습니다(11절). 우리가 하나님께 대하여 산 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죽음에 연합하여 죽은 것과 같이 그리스도의 부활에 연합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산 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산 자같이 하나님께 드리라
셋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왜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곧 성화의 당위성과 방향성을 알려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바로 알게 됩니다. 우리는 본래 “허물과 죄로 죽었던” 자였고, 죄 가운데 행하여 이 세상 풍속을 좇고 마귀의 종 노릇하며 살고 육체의 욕심을 따라 행하며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며 살던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습니다(엡 2:1-3). 하지만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그러한 우리의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고, 하나님께 대하여 죽었던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되었고 하나님께 대하여 산 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담에게 속한 자가 아니고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입니다. 우리의 소속과 신분과 정체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새 사람이니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옛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고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심을 받았으니 우리 자신을 불의의 병기로 죄에게 드리지 말고, 새 사람답게 우리 자신을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12-13절).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죽음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에도 연합시켜 주신 것은 바로 이 목적, 곧 우리가 더 이상 죄의 노예가 되어 몸의 사욕에 이끌려서 살지 않고, 새 생명으로 사는 새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시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4,6,11-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