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1:25-32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원대한 구원 계획을 증거하고 있는 로마서 9-11장의 단락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본문에는 2인칭 복수 대명사 “너희(you)”와 3인칭 복수 대명사 “저희(그들, they)”가 각각 네 번씩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본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희”와 “저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본문 속의 “너희”는 모두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며, “저희(그들)”는 이스라엘 백성들, 곧 유대인들을 가리킵니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25-26a절)
사도 바울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너희가 스스로 지혜 있다고 착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너희에게 꼭 알려주기를 원하는 비밀이 있다.”(25절)고 하였습니다. 바울이 말하려고 하는 비밀은 무엇입니까? “이 비밀은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완악하게”(25절)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 백성들이 참감람나무에서 꺾이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돌감람나무였던 이방인들이 참감람나무에 접붙여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차기까지 이스라엘의 일부를 완악하게 하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놀라운 비밀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차게 되면,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26절).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고 하신 것은 아브라함의 혈통적 자손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다(all)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또는 “(이방인과 유대인을 포함한) 택함을 받은 모든 자들의 총수가 다 구원을 얻을 것이라”(칼빈의 해석)는 뜻도 아닙니다. 물론 택하심을 받고 참된 믿음을 가진 성도들은 모두 다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성경은 그들을 “이스라엘”(롬 9:6) 또는 “하나님의 이스라엘”(갈 6:16)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바울이 이방인과 유대인의 구원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에 갑자기, “택함을 받은 모든 성도들이 구원을 얻을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는 “온 이스라엘”을 “유대인들 중에서 택하심을 받은 자들의 총수”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유대인들 중에서 택하심을 받은 자들은 모두 구원을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바울이 지금 여기에서 그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개혁파 신학자들은 “온 이스라엘”을 “다수의 이스라엘 백성들”로 이해합니다. 존 머리 목사님은, “사도의 주장은 이스라엘의 대다수가 구원 받으리라는 것”(로마서 주석, 580)이라고 하였습니다. 본문의 “온(all)”이라는 말은 “다수(majority)”를 의미합니다. 바울 당시 이스라엘에는 전반적으로 불신앙이 만연하여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유대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 중에는 유대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전반적으로 믿지 않는 가운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차 그러한 광범위한 불신앙이 걷히고 다수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원의 길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지금은 참감람나무에서 잘려있고 꺾여있는 유대인들이지만 장차 대대적으로 접붙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서 결코 제외되거나 버림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26b-29절)
사도 바울은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이사야 59장과 27장의 말씀을 인용하였습니다. 먼저 이사야 59장은 이사야 선지자가 이스라엘의 죄악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책망하는 장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손은 죄악으로 더러워졌고 그들의 입술은 거짓을 말하였으며 진리대로 판결하는 자가 없었으며, 그들의 발은 행악하기에 빨랐고 그들의 사상은 죄악의 사상이었습니다(사 59:3-7). 그리하여 그들은 비둘기같이 슬피 울며 공평을 바라나 없고 구원을 바랐지만 구원은 그들에게서 멀리 있었습니다(사 59:11). 여호와께서는 그들 가운데 중재자 없음을 이상히 여기시고 자기 팔로 친히 구원을 베푸실 것을 약속하시면서, 시온에 임하실 구속자가 야곱에게서 경건하지 않은 것을 떠나게 하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사 59:20). 바울은 바로 그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 약속이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말한 것입니다(26절). 또한 바울은 야곱의 불의가 속함을 얻고 그 죄를 사하여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신 이사야 27:9을 인용하면서, “내가 저희 죄를 없이 할 때에 저희에게 이루어질 내 언약이 이것이라”(27절)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회복은 하나님의 언약의 보증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회복되고 대대적으로 구원이 임하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셨으니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루실 것입니다.
바울은 “복음으로 하면 저희(유대인들)가 너희(이방인 그리스도인들)를 인하여 원수된 자이지만 택하심으로 하면 조상들을 인하여 사랑을 입은 자라”(28절)고 하였습니다. 복음의 관점에서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방인들을 인하여(이방인들에게 구원이 임하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인하여), 복음과 교회의 원수가 되었지만, 택하심의 관점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 조상들을 인하여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영원한 언약을 맺으셨기에, 하나님은 그들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29절)고 하셨습니다. “후회하심이 없다”는 단어는 “취소할 수 없다(irrevocable)”는 말로 더 잘 번역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부르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다가 후회하시고 언약을 취소하시거나 무효로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민 23:19).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잊지 않으십니다(호 11:1).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30-32절)
끝으로 바울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그들도 이전에는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던 자들이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너희가 전에 하나님께 순종치 아니하더니”(30절). 순종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방인들은 사시고 참되신 하나님을 알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던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방인들은 이스라엘의 불신앙으로 인해서 하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이 복음을 거부하고 교회를 박해함으로써 복음이 이방인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고 구원이 이방인들에게 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긍휼로 된 일이었습니다(30절). 그리고 유대인들의 불순종으로 인해 이방인들에게 베풀어졌던 그 긍휼은 또한 유대인들에게도 베풀어지게 될 것입니다(31절).
그리하여 하나님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긍휼을 베푸시고 그들 모두를 구원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치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32절)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란 이방인과 유대인 모두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그의 구원 계획 가운데 먼저는 이방인들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유대인들을 불신앙에 가두어 두셨습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구원을 받았을 때에 그 구원이 자신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긍휼로 오게 된 것인 줄을 확실하게 알게 하셨습니다. 아무런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값없이 베풀어지는 호의, 그것이 바로 긍휼입니다. 모든 인간은 다 불신앙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불순종을 대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은 긍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주셨고 긍휼을 베풀어주셔서 구원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완전히 성취되는 날에는 온 세상에 하나님의 긍휼의 영광이 찬란하게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조나단 에드워즈, 로마서 주석, 390).
이것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비밀입니다. 불순종과 불신앙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긍휼을 베풀어주시고 우리를 구원하여 주신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에 깊이 감사합시다. 약속하신 대로 우리의 구원을 신실하게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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