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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병철 안

230312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롬 13:11-14

오늘 본문은 신자가 이 세상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교훈하는 중요한 본문입니다. 11절은 “또한”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또한”으로 번역된 헬라어 원문(Καὶ τοῦτο)은 번역하기 까다로운데, 원문의 문자적 번역은 “그리고 이것(and this)”입니다. ESV 영어성경은 이것을 “이뿐 아니라(beside this)”라는 말로 번역했습니다. 칼빈도 이것을 “더구나, (이것)뿐만 아니라”라고 번역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앞에서 우리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의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하나님의 온 율법의 강령이고 주님의 새 계명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롬 13:10).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time)” 때문입니다. 그래서 11절은 “이뿐 아니라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11절)라고 시작됩니다.

너희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그렇다면 이 시기는 어떤 시기입니까? 사도 바울은 이 시기를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때”로 묘사합니다. 루터는 이 때를 “죄 안에서 살면서 무력하게 됨으로써 잠자고 있는... 영적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때라고 해석하였습니다(루터, 로마서 주석, 237). 물론 우리는 영적 잠에서 깨어서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합니다(살전 5:6; 고전 15:34 참조). 그러나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11절)는 본문의 말씀은 단순히 영적 잠에서 깨어나라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는 지금 “벌써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를 살고 있으며(11절), 밤은 깊고 낮은 가까운 때를 살고 있습니다(12절). 밤이 깊었다는 말은 밤이 다 지나가서 거의 끝나간다(the night is almost gone, NAS, the night is nearly over, NIV)는 뜻입니다. 밤은 빨리 지나갑니다. 우리는 매일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지만, 아쉽게도 밤은 빨리 지나갑니다. 밤이 지나면 곧 새벽이 오고 광명한 아침이 옵니다. 오늘 본문의 “밤”은 “금생”을 의미합니다. “밤”은 “이 세대”, 특별히 “이 악한 세대”를 의미합니다. 사도 바울이 신자의 세상살이를 “밤”으로 비유한 것은 참으로 적절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실제로 “밤”과 같이 어두운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 악한 세대 가운데에서 건짐을 받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밤과 같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밤은 거의 다 끝나가고 있고 곧 광명한 아침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잠에서 곧 깨어날 때라는 말씀입니다. 신자의 금생의 삶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이 세상살이는 밤과 같이 곧 지나갈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여기에 좀 더 부연하여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11절).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다.”는 말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최종적으로 완성되고 실현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구원의 미래성을 가리킵니다. 지금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죄 용서함을 받았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도 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우리의 구원의 완성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을 곧 마치고 광명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의 나라의 영광에 들어갈 자들입니다. 우리는 곧 죽습니다. 우주의 종말도 곧 오지만, 개인의 종말은 더 빨리 올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종말적 인식, 종말적 관점에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밤은 깊었고 곧 아침이 올 것입니다. 자다가 깰 때가 다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온갖 어두움의 일들을 벗어버리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사도 바울은 “그러므로 어두움의 일들을 벗어버리라”(12절)고 하였습니다. 밤은 가고 곧 아침이 올 터인데 계속 잠만 자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어두움의 일을 벗어버리라는 말은 곧 우리가 이전에 밤과 같은 세상에 속해서 살았던 때의 삶의 태도와 행태들을 모두 다 벗어버리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옛 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버리라는 것입니다(골 3:9).


우리가 벗어버려야 할 “어두움의 일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사도 바울은 “방탕과 술취함과 음란과 호색과 쟁투와 시기”(13절), 이 여섯 가지 악을 대표적인 “어두움의 일들”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방탕(orgy)”은 “지나친 연회, 흥청망청거림, 주지육림”을 의미합니다. 루터는 이것을 “사치스러운 연회와 극도의 낭비”라고 했습니다. 또한 “술취함”이 있습니다. 밤마다, 거리마다,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해 온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립니다. “음란”은 성적 문란함과 관련된 모든 죄악들을 지칭합니다. 우리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음란한 시대입니다. “호색”은 “음탕한 것(licentiousness), 육욕을 따라 향락을 즐기는 것(sensuality)”을 의미합니다. “쟁투”는 온갖 “싸움(strife)”과 “다툼(quarreling)”을 의미합니다. “시기(jealousy)”는 남의 성공과 행복을 싫어하고 배 아파하고 질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두움의 일들을 다 벗어버리라고 하셨습니다. “너희가 음란과 정욕과 술취함과 방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 숭배를 하여 이방인의 뜻을 따라 행한 것은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벧후 2:13)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14절)고 하셨습니다. “육신(flesh, σάρξ)”은 단순히 인간의 “몸, 신체(body)”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죄악된 본성(sinful nature)”을 의미합니다(갈 5:17 참조).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말씀은 하나님이 없이 살아가는 인생으로, 죄악된 본성에 피동되어 살아가는 거듭나지 못한 자연인으로, 곧 옛 사람으로 살지 말고, 옛 사람의 일을 생각하지도 말고 꿈꾸지도 말라는 말씀입니다.

빛의 갑옷을 입고,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며,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

온갖 어두움의 일들을 벗어버렸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엇을 입어야 합니까? 신앙생활은 한편으로 벗어버리고 다른 한편으로 입는 생활입니다. 성경은 늘 이 원리를 가르칩니다(벧전 2:1-2). 사도 바울은 어두움의 일들을 벗어버렸다면 “빛의 갑옷”을 입으라고 하였습니다(12절). 갑옷은 전쟁에 나갈 때에 입는 옷입니다. 이는 성화의 싸움을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옛 사람을 벗고 죄를 죽이고 새 사람을 입고 선을 행하며 사는 성화의 삶에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있습니다. 또한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라!”(13절)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 어두움에 속한 자들이 아니라 광명한 낮에 속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단정히”로 번역된 헬라어 유스케노모스(εὐσχημόνως)는 “아름답게, 품위있게, 정직하게, 질서있게”를 의미하는 부사입니다. 그리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14절)고 하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좇아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으니, 새 사람에 맞는 새 생활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시대는 어두운 밤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날들은 밤과 같이 빠르게 지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처음 믿었을 때보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의 우리의 날들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짧으며 화살처럼 날아갑니다(시 90:10). 가뜩이나 짧은 한 토막 세상을 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어두움의 일들”에 자신의 삶을 한창 허비하고 인생을 방황한 후에야 복음을 듣고 주님을 만나곤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삶은 한 움큼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 수 있는 날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한 어두움의 일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고 성화의 싸움을 싸워나갑시다. 그리스도로 옷 입고, 낮에와 같이 단정하고 아름답게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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