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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Lee Juman

3월 목회서신

이번 주간, 뉴스를 통해 전해진 짧은 영상이 전 세계를 울렸습니다. 영상에서는 10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부모도 없이 홀로 슬피 울며 국경을 넘어 폴란드 땅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제 마음은 덜컹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아이를 피난길에 오르게 하면서 그에게 마지막으로 입혀주었을 알록달록한 점퍼와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인형을 보니 그 아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지 생각되어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여 오늘까지 벌써 17일째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차별적 폭격과 살인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아름답던 강산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잿더미로 변해가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용감하게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러시아의 군대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하여 개전 초기 망명을 권유하였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 … 나에게는 탈 것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수도 키이우에 남아서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우크라이나로 모여들고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여성들도 군대와 지역 방위대에 자원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결정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기백(氣魄, vigor)과 용기(勇氣, bravity)를 보고 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있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세계 나라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자유와 독립을 갈망하면서 용감하게 러시아의 군대와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인도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를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시켰고,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이미 많은 돈을 들여 공사를 마친 가스관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미국과 캐나다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 금지를 발표했으며, 여러 다국적 기업들도 러시아에서의 기업 활동을 중단하였습니다. 유럽연합은 유럽 영공에 러시아 국적의 항공사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영공을 폐쇄했습니다. 세계축구연맹 FIFA는 러시아에 속한 모든 축구팀들이 5년간 스포츠 대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퇴출시켰습니다. EU의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유럽 연합 기금에서 무기 구입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독일 총리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원칙을 처음으로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중립국 스위스마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기로 하였고, 우크라이나에는 1천만 불(약 12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국가나 기업이 러시아를 상대로 이러한 경제 제재를 하게 되면 경제 제재를 하는 편에서도 많은 경제적 손해를 피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군사적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도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먼 나라의 일,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지 맙시다. 우리나라도 전쟁으로 인해 꺼져가는 등불과도 같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함께 피 흘려주었고 전 세계 교회의 성도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었던 것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하만의 계략으로 유대인들이 전멸을 당할 위험에 처해 있을 때에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했던 말을 기억합시다. “너는 왕궁에 있는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면하리라 생각지 말라. 이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비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에 4:13-14).


그들을 돕고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간절히 기도합시다. 세상 사람들도 국적과 인종과 민족과 종교를 초월해서 자유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인류의 보편적, 도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돕고 있지 않습니까? 무엇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로 그들을 돕고, 무엇보다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합시다. 우크라이나 땅의 수많은 생명들을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그 땅의 교회들을 보호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그 이름 모를 어린 소년의 슬픈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내내 떠나가지를 않습니다.



2022년 3월 12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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