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모두 평안하신지요. 이번 달 목회 편지는 멀리 영국에서 보내드립니다. 한국을 떠나고 교회를 떠나 편지를 쓰는 것이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떠나 있는 동안 백영숙 집사님과 최기태 집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는 부고를 듣고 마음이 몹시 무겁고 유족들과 성도들과 그 시간들을 함께 하지 못하여 송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선하신 하나님께서 장례 기간 동안 유족들과 성도들을 권고하시고 위로해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그리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이루어지게 하시는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이곳 시간으로 지난 5월 8일(수)에 에딘버러에 도착하여 나름대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교인 에딘버러 신학대학원(Edinburgh Theological Seminary)을 찾아 아이버 마틴(Iver Martin) 학장님에게 양의문교회에서 준비한 장학금(1만 파운드)을 전달하였고, 여러 교수진들을 반갑게 만나 양의문교회 성도님들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거듭 전하였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감사하게도 제게 좋은 연구실을 내주어서 제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너무나도 편하게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했던 주 금요일에는 학교의 졸업식이 있어서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여러 과정이 개설되어 겉으로 볼 때에는 많은 수료생들과 졸업생들이 있었지만, 교수님들과 영국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작 교단 내의 목회자 후보생들은 급감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스코틀랜드의 교회들은 코로나 이후 성도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예배당 건물을 유지하는 일조차 버거워서 2~3개의 교회들이 합병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 친구들로부터 영국 교회 위에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더하여 주시기를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곳에는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초원에 이름 모를 각종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야생화들이 짧은 시간 활짝 피어났다가 많은 씨앗을 주변에 흩날리고는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 봅니다. 참으로 아름답지만 매우 짧게 피었다가 지고 씨앗을 흩날리고 사라지는 야생화들처럼, 그리고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지고 잘 심겨져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요 12:24), 우리도 꽃처럼 피어나야 할 때 활짝 꽃을 피웠다가 잘 심겨져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두 주 안에서 영육 간에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4년 6월 1일
에딘버러에서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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