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장은 소제에 관한 규례입니다. 소제는 곡식으로 드리는 제사로써 하나님께서 명하신 다섯 가지 제사 가운데 유일하게 피흘림이 없는 제사입니다. 소제를 드릴 때에 제사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요리하지 않은 곡식의 고운 가루 위에 기름을 붓고 유향을 놓아 제사장에게 드리면 제사장은 고운 기름 가루 한 줌과 유향을 취해 단 위에 불살랐습니다. 이후 소제물의 남은 것은 제사장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또 제사자는 곡식을 요리하여 제물로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화덕에 굽거나(4), 철판에 부치거나(5-6), 솥이나 냄비에서 굽는(7) 세 가지 방식으로 드릴 수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소제를 드릴 때에 넣지 말아야 할 것과 넣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소제물에 누룩이나 꿀 넣는 것을 금하셨고(11), 반면 모든 소제물에는 소금을 치라고 하셨습니다(13). 사실 고대 근동에서 누룩이나 꿀은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첨가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둘을 금하셨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성경에서 누룩은 죄와 부패성(마 16:6-12, 고전 6:6-7)을, 꿀은 육신적 쾌락(잠 25:27)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됩니다. 이를 고려할 때 하나님께서는 이 같은 금지 규례를 통해 죄와 세상의 즐거움으로부터 그들 자신을 지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신 것입니다. 반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소제물에 언약의 소금을 치라고 하셨습니다. 소금이 가진 불변성이라는 성질 때문에 성경에서 소금은 약속의 신실함을 상징합니다(대하 13:5). 이를 통해 제사자들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약속의 신실함을 기억하면서 그들 자신도 하나님께 대하여 신실할 것을 새롭게 다짐했을 것입니다. 누룩과 꿀을 주의합시다. 소금을 치듯, 우리의 모든 말과 행실이 진실하고 신실하게 되기를 힘씁시다.
레위기 3장은 화목제에 관한 규례입니다. 화목제로 번역된 히브리어(쉘라밈)를 살펴보면 ‘평화’를 뜻하는 “샬롬”과 같은 어원을 가집니다. 즉, 화목제는 하나님과 함께 누리는 화평, 교제를 잘 나타내는 제사입니다. 화목제로 드릴 수 있는 짐승에는 소나 양, 염소가 있습니다. 수컷만 드릴 수 있었던 번제와는 달리 암수 모두 가능하며 흠이 없는 것들이어야 했습니다. 제사자는 화목제로 드릴 짐승을 회막문 앞으로 가지고 와서 짐승의 머리에 안수하고 제물을 죽입니다. 그리고 나면 제사장은 그 짐승의 피를 그릇에 받아, 제단 사면 위에 그릇을 흔들어 피를 뿌립니다. 이후 제사자는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뜨는데, 제물의 기름과 콩팥은 따로 떼어내면 제사장은 그것을 제단 위에 태워 하나님께 바칩니다. 화목제가 다른 제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제사자는 그 제물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레 7:15-18). 이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회복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화목제 규례를 통해 죄인이 거룩하신 하나님과 화목케 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화목제물의 희생을 통하는 길입니다. 화목제 희생을 통해 죄인은 하나님과의 교제로 나아갑니다. 죄인을 대신하여 피 흘리고 각이 떠지는 짐승은 장차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무시고 화목케 하실 그리스도를 예표합니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 더불어 화목되었은즉.”(롬 5:10) 사도 바울은 이처럼 하나님의 아들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케 된 우리에게 이 화목(화평)을 누리자고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 더불어 화평을 누리자”(롬 5:1). 하나님과 화목케 된 것으로 만족하지 맙시다. 하나님과의 화목을 매순간 누리는 데까지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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