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언약궤 메는 것을 보거든, 그 뒤를 좇으라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 강을 건넙니다. 얼마나 역사적인 순간인가요! 오랜 기다림 끝에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호수아 3장은 이 중요한 사건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속도를 늦추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반복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요단 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언약궤와 백성의 관계입니다. 먼저 언약궤의 의미를 기억할 필요가 있는데요. 언약궤는 언약 백성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언약궤는 곧 하나님 자신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원문을 주의 깊게 살피면 오늘 본문에서도 그 의미가 잘 나타납니다. 11절의 ‘온 땅의 주의 언약궤’를 직역하면 ‘언약의 궤, 온 땅의 주’이고, 14절의 ‘언약궤’는 ‘궤, 언약’으로, 17절의 ‘여호와의 언약궤’는 ‘궤, 여호와의 언약’으로 번역됩니다(데이비드 하워드 2세). 각각의 경우 연계 구문을 깨는 정관사가 있는데, 아마도 매끄럽게 번역하기 위해 정관사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표현들은 궤 자체가 여호와 하나님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으로 여겨질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와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봅시다. 3절은 레위 사람 제사장들이 여호와의 언약궤를 메는 것을 보거든 그 뒤를 좇으라고 말합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앞서 가시니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 뒤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을 떠나 가나안을 향해 나아갈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민수기 10:33-36절을 보면 이스라엘이 행진할 때 여호와의 언약궤는 그들보다 삼 일 길을 앞서 행하며 이스라엘을 인도하였습니다. 그렇게 궤가 먼저 떠날 때 모세는 “여호와여 일어나사 주의 대적들을 흩으시고 주를 미워하는 자로 주의 앞에서 도망하게 하소서”라고 하였고, 궤가 쉴 때에는 “여호와여 이스라엘 천만 인에게로 돌아오소서”라고 하였지요.
이것이 하나님의 백성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따라가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 언약궤 안에 십계명의 두 돌판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을 따른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이스라엘의 승리의 비결입니다. 그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선하심이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는 선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게 됩니다.
이어지는 4절은 언약궤를 따르되 2천 규빗(약 900m)의 거리를 두고 따라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선하신 하나님이시면서 동시에 우리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큰 영광 중에 계신 거룩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친밀하게 다가오시면서 동시에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영광 중에 계신 하나님을 대하는 백성들의 합당한 반응은 “경외”입니다. 경외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두려움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외함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릅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이 경외함으로 하나님을 따를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행할 길을 알게 하십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야 했던 이유는 지금 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처음 가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곧 행하게 될 방식으로 강을 건넌 적도 없었고, 가나안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것도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 처음 만나는 이 길에서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입니다.
5절은 그렇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백성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줍니다. 그것은 바로 ‘거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을 떠날 때에도 군대의 수를 조사하고 진영을 조직하고 행군 순서를 정한 후에 이스라엘의 진영을 정결하게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전쟁에서 승리의 관건은 군대의 수나 무기의 강함에 있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의 거룩함에 달려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친히 싸우시는 전쟁이고, 거룩하신 하나님께서는 거룩한 백성들 가운데 함께 하시기 떄문입니다(5절).
14-17절은 3장의 절정이자 결론인데요. 요단 강의 수위가 가장 높을 때, 제사장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언약궤를 메고 넘실 가리는 강물에 발을 딛습니다.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물에 잠기자 곧 위에서부터 세차게 흘러내리던 물이 멈추고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가 홍해를 건넜던 것처럼, 마른 땅으로 요단 강을 건너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신 것처럼(7절), 이 일을 통해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 하셨던 것처럼, 여호수아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즉 모세와 여호수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보다 앞서 행하시며 말씀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경외함과 거룩함으로 순종하며 따르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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