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4) 나라이 임하옵시며(마 6:10, 25-34)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두 번째 간구는 “나라이 임하옵시며”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Your Kingdom come) 간구하라는 것입니다.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하늘 나라, 천국)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 천국은 죽은 후에 들어가는 어떤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우리의 처소를 예비하시기 위해 먼저 성부 하나님께로 가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 나라는 장소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정확한 번역은 “하나님의 왕국(βασιλεία)”입니다. 왕이 주권을 가지고 통치하는 나라를 뜻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왕국’과 ‘하나님의 통치’는 같은 의미입니다. 구약성경은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소식을 복음이라고 말하며(사 52:7),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통치(왕국)가 임하였다(마 12:28)고 말합니다. 왕이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그분의 왕국(통치)도 함께 임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과 함께 하나님 나라가 이미 임했다면, 예수님께서는 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라고 하신 것일까요? 예수님의 오심과 구속으로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되었지만, 그 통치가 아직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의 왕이라고 고백하지만,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불순종으로 하나님의 통치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불순종하는 우리를 오래 참으시며, 우리를 온전한 순종으로 이끄시고, 마침내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원합니다”라고 기도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통치하시사 우리가 점점 더 주님께 순종하게 하옵소서. 주님의 교회를 보존하시고 흥왕케 하옵시며, 마귀의 일들과 주님께 대항하여 스스로를 높이는 모든 세력들, 그리고 주님의 거룩한 말씀에 반대하는 모든 악한 의논들을 멸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져 주께서 만유의 주가 되실 때까지 그리하옵소서”(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23문)라고 간구하는 것입니다.
즉, 주기도의 두 번째 간구는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길 간구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교회를 지켜주시고 흥왕하게 해주시길 간구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통치가 임할 수 있도록 간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만유의 주, 만왕의 왕으로 다시 오셔서 하나님의 통치가 완전히 임하게 되길 간구하는 것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이유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원합니다”라고 잘 기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더라도 하나님의 나라는 내 기도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왜 이 간구를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마태복음 6:25-34에서 주님은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중에, 갑자기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염려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이렇게 말씀하신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염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염려는 내가 나의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예컨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부하면서 계속 염려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할 필요도 없습니다. 설령 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실패하거나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왜 우리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십니까?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고, 나의 길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왕이 되어 내 삶을 통제하려고 할 때, 우리는 염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고, 책임질 수 없는 것을 책임지려 하니 어떻게 염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를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선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신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염려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됩니다.
16세기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진 통치자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신세계를 정복하여 영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들기 원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그녀는 해양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를 불러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신세계로 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폐하, 저는 이제 막 작은 사업 하나를 시작했는데, 제가 떠나 버린다면 이 사업은 망해버릴 것입니다.” 그러자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내 사업을 신경 쓴다면, 내가 네 사업을 신경 써 주도록 하겠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느라 나의 삶에 필요한 간구를 많이 못하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만 신경쓰시고 내 삶은 신경쓰지 않으실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기도하느라 미처 간구하지 못한 것까지,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으로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을 신경써주시고 책임져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을까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려고, 왕이 되려고 하여 자꾸 염려하지 말고, 우리의 선하신 아버지이시며 왕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나의 나라가 끝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소서”라고 기도합시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원합니다”라고 간구할 때 우리는 무엇을 간구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이 간구로 기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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