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2:15-17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 대부분은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언약들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구속 언약, 행위 언약 그리고 은혜 언약으로 칭하였습니다.
구속 언약(팍툼 살루티스, pactum salutis, covenant of redemption, covenant of salvation)은 영원 안에서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성부·성자·성령 사이에 맺어진 협약입니다. 구속 언약에서 성부는 택자들의 구속자가 되도록 성자를 주시고 성자에게 택자들의 구속을 위한 조건들을 요구하시며, 성자께서는 기꺼이 이 조건들을 이루시는 데 동의하시고, 성령께서는 기꺼이 성자의 구속 사역을 택자들에게 적용하시기로 협약하셨습니다. 이 구속 언약은 창세 전(시간 전) 곧 영원에서 성부·성자·성령 사이에 이루어진 ‘내재적 삼위일체의’(intratrinitarian) 언약입니다.
행위 언약은 창조주 하나님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첫 사람이자 인류의 대표자로서의 아담과 맺은 언약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사람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에 관하여) 2항에서 행위 언약에 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람과 처음 맺은 언약은 행위 언약이었습니다. 이 언약에서는 완전하고(perfect) 인격적(개인적, 전인적, personal)인 순종을 조건으로 아담에게 또한 아담 안에서 그의 후손에게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행위 언약’(covenant of works)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 언약의 조건이 완전하고 전인적(全人的) 순종이었기 때문입니다. 행위 언약의 원리는 ‘행하라 그러면 산다’는 것입니다. 이 행위 언약을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2문과,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20문에서는 ‘생명의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창세기 2장과 3장에 ‘행위 언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언약의 특징이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언약들에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특징적 요소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언약의 양 당사자가 있습니다. 둘째는 언약 내용에 약속이 있습니다. 셋째는 약속에 따르는 조건이 있습니다. 넷째는 조건을 어기고 파기한 데 대한 벌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1-3장에 언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언약을 성립하는 네 가지 특징적 요소들은 나타납니다. 언약의 당사자로는 창조주 하나님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인 첫 사람이자 모든 인류의 대표인 아담입니다. 언약의 내용으로 약속된 것은 생명 곧 영원한 생명입니다. 약속과 관련된 조건은 하나님의 뜻에 완전하고 전인적(全人的)인 순종입니다. 이 조건을 어길 경우에는 사망의 벌이 선포되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인 인간과의 관계는 창조주와 피조물 관계에 더하여 언약 관계를 가지게 하셨습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어 언약 관계 안에 산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의 복되고 영광스러움을 성경에서는 종종 혼인 관계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성경은 언약의 하나님과 그의 언약의 파트너인 언약 관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과의 관계를 결혼 관계로 말씀합니다(에스겔 16장; 호세아 2-3장). “내가 네게 장가들어 영원히 살되 의와 공변됨과 은총과 긍휼히 여김으로 네게 장가들며 진실함으로 네게 장가들리니 네가 여호와를 알리라”(호 3:19). 따라서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피조물 관계에 더하여 언약 관계를 가지고 살 수 있게 해 주신 것은 참으로 크고 놀라운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웨스트민스터 7장은 사람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에 관하여 말해 줍니다. 2장에서는 행위 언약(covenant of works)에 관하여 말하고, 3항에서는 은혜 언약(covenant of grace)에 관하여 말합니다. 이에 앞서 1항에서는 이 언약들이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사랑에 근거한 것임을 알려줍니다. “비록 이성 있는 피조물들이 그들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마땅히 순종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만, 하나님과 피조물 사이의 간격이 심히 크기 때문에 하나님 편에서 자신을 자발적으로 낮추어(voluntary condescension) 주시지 않으면, 피조물은 결코 하나님에게서 그들의 복과 상급으로 어떤 것도 경험할 수 없는데, 그것을 하나님은 언약의 방식으로(by way of covenant) 나타내기를 기뻐하셨습니다”(1항).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 1항은 지극히 높으시고 위대하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그의 피조물인 인간과 언약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하나님 편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낮추어 주시지 않으면 이 언약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려 줍니다. 언약 관계를 맺기 위하여 하나님 편에서 자발적으로 낮추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인자하심, 선하심)이 언약 관계의 배경에 있음을 잘 이해하고 명심해야 합니다. 은혜 언약뿐만 아니라 행위 언약까지도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based on) 기초하고(grounded on) 있습니다.
행위 언약은 하나님이 타락 이전의 아담과 맺은 언약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언약을 행위 언약(foedus operum)이라고 일컫는 데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 본문에 ‘언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행위라는 이름을 붙이면 이 언약에는 하나님의 은혜(또는 사랑)는 전혀 없고 인간의 행위만 강조함으로 이 언약을 순전히 율법적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순종 행위를 약속된 생명을 얻는 공로로 오해하기 쉽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 1항에서는 2항에서 말하는 행위 언약과 3항에서 말하는 은혜 언약은 둘 다 하나님 편에서 그분 자신의 자발적인 낮추심(by some voluntary condescension on God’s part)에 근거(기초)된 것임을 먼저 말하고 있습니다. 은혜 언약과 행위 언약은 하나님께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낮추어 사람과 언약 관계를 맺으신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에 근거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행위 언약을 “생명의 언약”(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20문,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2문)으로, 사랑의 언약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첫 사람 아담(아담이 대표한 그의 모든 후손인 인류와)과 맺은 첫 언약을 일반적으로는 ‘행위 언약’으로 일컫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언약을 아담과의 언약, 율법 언약, 생명 언약, 자연 언약, 창조 언약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아담과의 언약을 행위 언약이라고 하면, 이 언약에는 하나님의 은혜는 전혀 없고 인간의 행함만 강조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작성자들인 17세기 청교도 신학자들은 ‘은혜’라는 말은 타락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 곧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을 묘사하는 말로 사용했습니다. 타락하기 전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을 나타내는 말로는 ‘은혜’라는 말 대신에 선하심과 인자하심과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은혜’라는 말도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타락한 죄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구속의 은총 곧 구원의 사랑을 나타내는 말로 구별해서 사용한 것입니다.
은혜 언약만이 아니라 행위 언약도 하나님의 자발적 낮추심(voluntary condescension)에 근거한 것임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7장 1항에서 강조합니다. 지극히 높으시고 영화로우시며 위대하신 하나님께서 그의 피조물인 인간과 창조주-피조물 관계(creator-creature relationship)에 더하여 언약 관계(covenantal relationship)를 가져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그의 언약 백성으로 살게 해 주신 그 자체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요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위 언약(covenant of works)이란 첫 사람 아담(아담이 대표한 아담 안에 있는 그의 후손)과 맺은 언약인데, 완전하고 전인적인 순종에는 영원한 생명을, 불순종에 대해서는 영원한 죽음을 주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언약입니다.
첫 아담과 맺은 행위 언약은 마지막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빛을 비추어 줍니다. 성례(성찬과 세례)는 인류의 대표인 첫 아담이 실패한 것을 회복하여 의와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아담으로 오셔서 구원을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우리를 위하여 그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로 성취하신 구속을 나타내고 보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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