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문. 다섯 번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는 간구입니다. “1) 우리 안에 있는 주의 은혜의 증거로 인해 우리가 이웃을 용서하기로 굳게 결심한 것처럼, 2) 그리스도의 보혈을 보시사 우리의 모든 죄과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부패를 불쌍한 죄인인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주기도문에서,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한 다음,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이러한 기도의 순서와 관련하여 키프리아누스는 말하기를,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양식을 받아먹는 자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 살게 하기 위함이며, 현재의 세속적인 삶에 대해서만 관심 갖지 않고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습니다. 곧, 우리 몸에 양식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영혼에는 “죄 사함”이 필요합니다.
1. “그리스도의 보혈”을 보시사, 우리의 빚을 탕감하소서.
“그의 주인이 그를 불러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악한 종아, 네가 나에게 간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그 빚을 다 면제해 주었다. 그러면 내가 너를 긍휼히 여긴 것처럼 너도 네 동료를 긍휼히 여겼어야 하지 않느냐?’”(마 18:32-33).
1) 우리는 “빚진 자”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순종을 하지 못함으로 하나님께 빚진 자가 되었습니다. 이 빚은 그 자체로 엄청날 뿐 아니라(원죄), 날이 갈수록 늘어갑니다(자범죄). 그리고 그 결과로 우리는 죽음이라는 죄의 값을 치러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1)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는 점에서, 2) 그리고 그 “죄를 갚을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빚진 자입니다.
2) 죄 사함의 유일한 근거: 그리스도의 보혈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하여 “빚을 탕감”해 주셨습니다. “빚을 탕감한다.”는 것은 (주인이) 빚진 자에게 그 빚에 대해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형벌도 가하지 않고, 마치 그 빚이 없었던 것처럼 깨끗이 정리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그렇게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에 대하여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시고, 벌을 내리지도 않으시며, 오직 우리의 중보자 되시는 예수님을 통하여 그 빚에 대한 벌을 받게 하셨습니다.
“죄 사함”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그리스도께로 전가시키시고, 대신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의를 우리에게로 전가시키셨으며, 단지 믿음을 근거로 우리를 의롭다 여기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분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2. “주의 은혜의 증거”로 인하여, 우리가 이웃을 용서하게 하옵소서.
“너희가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사람들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마 6:14-15).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죄 값을 지불하셨고, 우리는 (아무런 값도 없이) 죄와 오염, 그리고 죄책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하나님은 그에게 죄의 책임을 묻지 않으십니다.
이와 같은 칭의의 은혜는,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 가운데 살게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 증거를 안다면, 우리 또한 이웃에 대하여 “주의 은혜의 증거”를 나타내게 됩니다. 곧,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할 때, 우리 안에 “주의 은혜의 증거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은혜의 원리를 따라) 우리가 죄지은 자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면, 하늘 아버지께서도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구원받는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의 범죄와 부패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베푸는 용서를 통해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다시 확인하며, 우리의 범죄와 부패성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우리의 죄 사함을 위한 기도의 결론입니다.